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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고토 kt, 막내형 NC와 다른길 걷나

제10구단 kt가 김영수 스포츠단 사장을 최근 교체했다. 공식발표도 없었고, 교체 이유도 불분명하다. 한쪽에선 자진사퇴라는 말이 나오고, 또 다른 쪽에선 일방적인 해임이라고 한다. 단어는 중요치 않다. 본질은 분명하다. 김영수 사장은 kt 그룹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다.

지난달말 그룹 수뇌부로부터 "그만두라"는 일방적인 명령이 내려왔고, 이후 교체 결정 이유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야구단은 지난해 분명한 성과를 냈다. 시즌 초반 연패에 휩싸였을 때는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물론이고 구단 전체가 깊은 시름에 휩싸였다. 이때 돌파구를 마련한 인물은 김영수 사장이었다. LG스포츠단 사장을 경험한 노하우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질타 대신 격려로 짐을 나눴다. 이후 kt는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다. 시즌 중반 이후 고춧가루 부대로 명성을 날렸고, 100패에 대한 우려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로 바꿔놨다. 한 두 사람이 만든 기적은 아니었지만 좋은 리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kt는 지난해 64만5465명의 관중을 끌어모았다. 야구불모지라던 수원에서 이룬 성과다. 프로야구 인기 덕분이기도 했지만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신선한 마케팅이 팬심을 감동시켰다. 김영수 사장은 지난달 신년 하례식에서 "2년 차는 더 중요하다. 신생구단 돌풍으로 새역사를 만들자"며 일성을 토했다.

김영수 사장의 갑작스런 해임(kt그룹은 자진사퇴로 발표)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도 의아해 하고 있다. 지난해 kt는 성적은 꼴찌였지만 나쁘지 않은 첫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민영화됐지만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t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사 적체가 심한 상황에서 2년이 된 고위임원을 교체하는 일은 고도의 '경영 행위'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모양새가 나쁘다. 제대로된 발표도 하지 않고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표이사를 공석에 두고 다음달 후임 발표때까지 어정쩡한 상황으로 지내게 됐다. 또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자 자진사퇴 형식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그렇다.

팬들이나 야구계는 누가 사장이 됐든 개인 감정은 없다. 다만 '낙하산 인사'가 내려온 뒤 kt야구단에 불어닥칠 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제대로된 팀을 만드는 데는 수년이 걸려도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야구를 모르고, 목전 성적에 급급해 야구단 수장이 일을 그르치는 것을 자주 봐왔다. 이제 막 기틀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마구잡이로 근간을 흔들까 걱정하고 있다. 9구단 NC에 이어 10구단 kt가 수원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전력적으로도 올시즌 뭔가 일을 낼 조짐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kt의 '막내형' NC는 1군합류 4년차에 모범구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kt는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도 NC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신인지명에서 NC는 kt에 우선권을 양보했고, 전지훈련지도 공유하는 등 노하우를 거리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신생팀의 애환을 알기에 도움자를 자청했다. NC는 올해 우승후보 영순위로 꼽히고 있다. 강한 전력 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마케팅과 구단운영으로 타팀이 벤치마킹을 하는 구단이 됐다. 이태일 대표는 2011년 NC의 창단 사장이다.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NC구단을 이끌고 있다. 여러 행사에 이태일 대표는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있는 듯 없는 듯 구단 살림을 챙긴다. 김택진 NC구단주의 배려와 존재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kt는 2년만에 수장을 바꿨다. 스포츠단도 kt 그룹 산하이니 인사권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할 말은 아니지만 야구단은 특별하다. kt고객들은 소비자지만 kt야구팬들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나 다름없다. 또 다른 주인이다. 야구판에 일단 들어왔으면 제대로할 각오로 구단운영에 임해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