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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항상 옳은 음악vs또 통한 복고vs묘수 시간여행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젠 정규편성 싸움이다.

주말까지 이어져 길었던 설연휴, 방송사들은 어느 때보다 풍성한 설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집하면 빠지지 않는 음악 예능부터 돌아온 몰래카메라, 신개념 타임워프 예능까지 소재도 포맷도 다양한 파일럿들이 정규편성을 노리고 안방을 찾아왔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시청률을 떠나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프로그램도 있겠지만, 1차적인 지표인 시청률이 높을 수록 정규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이 사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다섯 프로그램을 살펴보며, 이들이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올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1위 MBC '몰카배틀-왕좌의 게임' 11%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은 '몰래카메라 원조' 이경규와 노홍철, 슈퍼주니어 이특이 신흥 몰카 제왕 자리를 두고 대결하는 프로그램. 세 사람은 각기 개성이 다른 삼색 몰카를 선보였다. 돌아온 이경규는 역시나 노련했고, 이특은 역몰카로 반전을 선사했다. 노홍철은 일반인 몰카로 감동을 안겼다.

몰카 초보인 이특은 걸스데이 혜리를 속이려했으나 도리어 몰카의 주인공이 됐다. 제작진은 혜리와 손잡고 이특의 몰카 신고식을 준비했다. 혜리 한 명을 속이고자 똘똘 뭉친 멤버들, 이특, 케이윌이 역으로 혜리에게 속는 반전 사태가 그려졌다.

노홍철은 설연휴 가족들을 위한 감동 몰카를 준비해 웃음을 노린 다른 후보들과 색을 달리했다. 노홍철을 웨딩 스튜디오를 찾은 예비신부들을 대상으로 반전 프러포즈를 선사, 예비신랑이 아닌 신부들의 아버지가 펼친 깜짝 이벤트로 스튜디오를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이경규의 몰카 컴백 기념 희생양은 전현무였다. 이경규는 다큐멘터리 촬영이라 속여 전현무를 며칠 동안 관찰하고 그가 중국 진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후 거액의 개런티를 제시하며 중국판 '우리 결혼했어요2' 출연이라는 미끼를 제시했다. 중국에서 한류스타로 자리잡은 채연을 바람잡이로 내세워 속지 않을래야 속지 않을 수 없는 판을 짰다.

청중평가단 과반수가 이경규를 지지하며 '몰카 제왕'의 복귀를 반겼다. 이경규와 몰래카메라의 조합은 역시 추억으로만 묻기엔 아까운 소재. 설특집 파일럿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몰카배틀'이 2016년형 '몰래카메라'의 부활을 알릴지 주목된다.

▶2위 SBS '보컬전쟁-신의 목소리' 10.4%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는 R&B, 발라드,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에서 국가 대표 최고의 보컬리스트 5명이 아마추어와 대결하는 프로그램. 거미, 김조한, 박정현, 설운도, 윤도현 등 국가 대표급 가수들의 라인업과 이들을 위협하는 재야의 숨은 고수들의 등장 만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신의 목소리'는 국가대표급 가수들이 아마추어가 선택한, 의외의 선곡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규칙으로 핸디캡을 줘 대결의 형평성을 높였다. 하지만 두 시간이라는 짧은 준비 시간에도 가수들은 선곡된 노래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멋진 무대를 완성했다. 가수들을 위협하는 아마추어들의 실력까지 더해져 긴장감 넘치는 대결이 펼쳐졌다.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 순위를 장악하며, 노래의 반이 랩인 H.O.T의 '위아더퓨처'를 열창한 모습이 조회수 13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의 영상으로 오른가 하면, 바로 뒤이어 성시경의 '미소천사'를 부른 박정현의 영상이 12만 뷰를 기록하며 방송 이후 후폭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3위 MBC '듀엣가요제' 9.8%

'듀엣가요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와 일반인 출연자가 짝을 이뤄 듀엣 무대를 선보이는 신개념 음악 쇼로, 지난 해 추석 특집으로 방영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설 특집에서는 더욱 다양한 장르로 돌아와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추석특집 '듀엣가요제' 우승자 마마무 휘인을 비롯해 4차원 로커 정준영, 에이핑크 메인보컬 정은지, 대한민국 대표 록발라더 버즈의 민경훈, 대세 힙합 아이돌 지코, '복면가왕' 초대 우승자 EXID 솔지, 트로트 여신 홍진영까지 총 7명의 가수가 무대를 펼쳤다. 발라드, 댄스, 락, 트로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로 폭을 넓힌 '듀엣가요제'는 한층 더 풍성한 무대를 선보였다.

득표수가 많은 팀이 우승자로 올라서고, 다음 무대에 설 팀을 지목하는 형식으로 긴장감을 선사했다. 왕좌에 앉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치열한 대결 속에서 최종우승은 솔지-두진수 팀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이승철의 '서쪽하늘'을 환상의 하모니로 열창해 477점을 얻으며 '미친 듀엣'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방송은 일반인 참가자들과 가수들의 서로를 향한 배려가 돋보였고, 실력파 일반인과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이 흥미롭다는 평을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성 발라더 성시경과 센스 있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개그맨 유세윤의 환상 호흡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4위 SBS '판타스틱 듀오-내 손에 가수' 8.4%

'판타스틱 듀오'는 누구나 핸드폰만 있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와 듀엣을 할 수 있고, 내 손 안에 있던 가수가 최고의 듀오로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 방송 당시 설특집의 강자인 MBC '2016 아이돌 스타 육상·씨름·풋살·양궁 선수권 대회' 1부(7.9%)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모았다.

'판타스틱 듀오'는 임창정-박명수-김범수-장윤정이 '1대 3' 랜덤 무대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손가수와의 듀엣 무대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결승전은 '국민 순애보송'이란 테마 속에서 임창정의 '소주 한 잔', 박명수의 '바보에게 바보가', 김범수의 '끝사랑', 장윤정의 '초혼' 듀엣 무대로 치러졌다. 각 가수들은 자신의 대표곡으로 맞붙게 된 까닭에 자존심 대결이 긴장감을 자아냈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판타스틱 듀오''는 방송 후에도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오르내리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방송 당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터트리며 감동을 자아냈던 장윤정&칠순택시 서병순 씨의 듀엣 영상은 온라인 포털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75만뷰에 육박하는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어욱소녀' 김다미를 발굴했던 김범수의 듀엣영상은 42만뷰를 훌쩍 넘어섰고, 네 팀의 듀엣영상 총 조회수는 11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135만뷰(네이버 TV캐스트 기준)라는 기록적인 수치로 관심을 입증했다.

제작진은 "4명의 가수들은 물론 함께 듀엣을 해준 일반인 출연자들의 역할도 컸지만,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준 수많은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5위 MBC '미래일기' 7.8%

'미래일기'는 시간여행자가 된 연예인이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특별한 하루를 정해 살아보는 시간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이번 설연휴 방송된 파일럿 중 가장 색다른 소재와 포맷으로 시선을 모았다.

방송에서는 안정환, 제시, 강성연과 김가온 부부가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난 모습이 그려졌다. 안정환은 39년 뒤인 80세의 자신과 마주하며 할말을 잃었고, 제시는 58세가 되어 그만큼 나이를 먹은 엄마 호선화씨와 만나 눈물을 글썽였다. 강성연과 김가온 부부는 77세 동갑내기가 되어 다시 만나 서로의 마지막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남겼다.

'미래일기' 출연진들 모두 겉모습만 늙게 특수분장을 했지만, 나이 든 모습 앞에 몸도 마음도 경건해졌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인 '시간'의 귀함을 깨달은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가족이 소중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한다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알게 된 모습에 시청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미래일기'는 설 명절 본연의 의미인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면서 모처럼 웃음과 감동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자들에게도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특별한 체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