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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별 분석] 오리온 헤인즈 실험, 왜 2% 부족했나

선두권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오리온이 SK를 눌렀다.

오리온은 10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SK를 접전 끝에 78대69로 눌렀다.

이날 승리로 오리온은 31승19패, 1위 KCC를 1게임 차로 추격했다. 4강 플레이오프 직행 마지노선인 2위 모비스와의 승차도 반 게임으로 줄였다.

두 차례의 부상으로 올 시즌 개점휴업이 많았던 헤인즈. 오리온은 마지막 과제가 남아있다. 남은 경기에서 헤인즈를 중심으로 한 팀내 시너지 효과 창출이 꼭 필요하다. 여기에는 2, 3쿼터 함께 뛸 조 잭슨과의 공격 배분 문제, 김동욱 문태종 허일영 이승현 장재석 최진수 등 풍부한 오리온의 국내 선수들과의 조화 문제도 있다. 경기 전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확실히 헤인즈가 들어와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해결 방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SK는 6강 탈락이 확정된 상태다. 게다가 이승준과 이동준은 신종 플루에 걸리면서 나란히 결장했다. SK 문경은 감독은 "일단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년에는 대폭적인 선수단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1쿼터=잭슨의 반란

오리온은 조 잭슨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했다. 오랜 공백기가 있는 애런 헤인즈에 대한 체력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SK는 잭슨을 수비할 때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체크하지 않는다. 한 발짝 떨어진 새깅(sagging)을 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잭슨의 개인기는 1대1 수비로 막기 힘든 부분이 있다. 최근 골밑 돌파 후 패싱 연결에 주력하고 있는 잭슨의 이같은 공격루트는 매우 위력적이다. 잭슨이 스스로 해결할 수도 있고, 골밑 돌파 후 수비 밸런스를 완벽히 흐트러뜨린 뒤 외곽에 대기하는 김동욱 허일영 문태종 이승현 등에게 오픈 3점슛 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은 상대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잭슨을 최대치 활용 뿐만 아니라 공격 밸런스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SK는 새깅을 많이 하는데, 문제는 이날 잭슨의 1쿼터 슛 컨디션이었다. 매우 폭발적이었다. 연달아 '롱2' 2방과 3점포를 터뜨렸다. 반면 SK의 공격흐름은 매우 좋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오리온은 골밑에 약점이 있다. 더블팀에 의한 로테이션, 그리고 지역방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SK 입장에서는 사이먼에 대한 볼 투입 자체가 효율적이지 않았다. 시도 자체가 많지 않았다. 결국 1쿼터 6득점만 올린 가장 큰 이유였다. 19-6, 오리온의 완벽한 기선제압이었다.

●2쿼터=오리온의 실험

경기 전 추일승 감독의 언급처럼 오리온에게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있다. 헤인즈와 잭슨의 조화, 그리고 토종선수들에게 나올 수 있는 최대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2쿼터 원활하게 진행됐다. 1쿼터 워낙 좋은 분위기 속에서 넘어온 오리온은 활발한 패싱게임과 움직임으로 순간적인 미스매치를 활용하는 득점루트를 많이 보여줬다. 김동욱이 헤인즈에게 연결, 조 잭슨이 허일영에게 연결해 득점을 터뜨린 부분이 대표적이다. 결국 2쿼터에서도 오리온은 계속 리드를 잡아나갔다. 오리온의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2%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추격의 여지를 계속 남겨뒀다. 보통 초반 10점 이상을 리드하면 기선제압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15점 이상의 점수 차를 벌려야 상대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을 수 있는 상황이 온다. 그런데 오리온은 박승리와 사이먼에게 계속 득점을 허용하면서, 12~15점 사이의 간격을 유지했다. 2쿼터 59.8초를 남기고 교체된 최진수가 깨끗한 3점포를 터뜨리면서 44-27, 17점 차의 리드를 잡았다. 그런데 곧바로 드웨인 미첼에게 3점포를 허용하면서,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44-30, 14점 차 오리온의 리드. 즉, 오리온의 공수 리듬은 폭발적이지 못했다. 결국 헤인즈를 중심으로 한 오리온의 실험이 '불완전한 연소'로 끝나면서 경기 흐름은 미묘하게 흘러갔다.

●3쿼터=SK의 반격

오리온 입장에서는 3쿼터 초반이 중요했다. SK는 사이먼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SK는 미첼이 결정적 패스미스를 범했다. 흐름 상 매우 좋지 않은 실책이었다. 그런데 잭슨의 패스미스가 나왔다. 이 실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흐름이 SK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정석이 반격을 이끌었다. 3점포를 2방이나 터뜨렸다. 미첼 역시 3점포로 힘을 보탰다. 사이먼의 풋백 득점과 미첼의 바스켓 카운트 3점 플레이로 3쿼터 1분49초를 남기고, 50-51, 1점 차로 SK가 바짝 추격했다. 오리온은 헤인즈의 개인기에 의한 돌파로 득점을 얻었을 뿐이었다. 결국 2쿼터 좋은 리듬에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했던 부작용이 3쿼터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부분은 오리온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2쿼터 잭슨과 헤인즈는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볼 배분을 두고 자연스럽진 못하지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이런 부분이 자연스러워지면, 오리온의 숙제는 풀리는 것이다. 3쿼터 초반 헤인즈의 패스를 잭슨이 골밑 돌파로 연결되는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헤인즈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상대에 추격을 당하는 나쁜 리듬을 타자, 예전으로 일시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헤인즈와 잭슨은 따로 플레이했고, 결국 떨어지는 것은 공격 효율성이었다.

●4쿼터=이승현과 문태종, 오리온의 진정한 힘

피말리는 1점 싸움이 시작됐다. 오리온은 장재석과 조 잭슨이 득점이 나왔다. 연속 4득점. 하지만 SK 역시 속공 상황에서 사이먼의 골밑슛과 박승리의 자유투 1득점을 보탰다.

4쿼터 5분 9초를 남기고 의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58-55, 3점 차 오리온의 리드.

오리온은 경기내내 사이먼의 골밑 수비에 함정을 파고 있었다. 일단 사이먼이 골밑에 자리를 잡으면 헤인즈, 장재석이 버틴다. 사이먼에게 공이 투입되면 즉각적으로 더블팀이 들어간다. 이런 시스템을 잘 읽고 있는 SK는 스크린을 통한 순간적인 오픈에 사이먼에게 패스를 건네주는 전술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오픈 찬스를 오리온은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반대편 사이드에 있는 포워드가 들어와 패스 길목을 차단한다. 폭넓은 수비폭을 가지고 있는 이승현이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수비 움직임이다. 3점 차의 살얼음판 리드를 잡고 있던 오리온은 이승현이 이런 장면에서 천금같은 스틸을 따냈다. 그리고 곧바로 김동욱의 3점포로 연결됐다.

SK는 사이먼의 스크린 공격자 파울이 지적됐다. 이 틈을 타 이승현과 문태종의 3점포가 연속으로 터졌다. 결국 순식간에 64-55, 9점 차 리드.

경기 전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체력적 부담은 있지만, 문태종은 여전히 승부처에서 무서운 선수"라며 플레이오프에서 중용할 뜻을 밝혔다. 3쿼터 내내 슛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던 문태종은 결정적인 순간 3점포를 박았다. 게다가 이어진 공격에서 사이먼을 앞에 두고 절묘한 훅슛까지 연결했다. 확실히 무서운 선수였다.

SK는 이정석의 연속 3점포와 속공 득점으로 추격했지만, 또 다시 문태종이 자유투 2개로 추격의 맥을 끊었다. 여기에 오리온은 경기종료 1분31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김동욱의 3점포가 터졌다. 74-64, 10점 차의 리드.

양팀의 치열한 공방전이 드디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일단 오리온은 선두경쟁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인상적인 점은 피말리는 4강 직행 싸움을 하면서도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헤인즈 실험을 계속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능력있는 선수들이 많은데다, 추 감독의 세밀한 전술능력도 돋보인다. 오리온은 모비스(13일)와 KCC(16일)와 건곤일척을 벌인다. 이 과제의 완성도에 따라서 직행 티켓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