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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는 20대 여배우들 신작, 힘들어진 이유 뭘까

지난 25일 나란히 개봉한 영화 '도리화가'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이하 열정)가 아쉬운 성적으로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열정'은 34만1101명, '도리화가'는 22만 9351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20대 대표 여배우들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과 그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작품을 위해 배수지는 명창에게 판소리를 1년동안 배웠고 남장까지 시도했다. 게다가 얼굴에 숯칠을 하면서까지 작품을 위해 매진했다.

하지만 영화팬들은 걸그룹 출신으로 아직 배우로서 여물지 않은 수지에게 너무 큰 짐을 지웠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작품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배우에게 판소리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지난1993년 흥행에 성공한 판소리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 오정해는 원래부터 판소리꾼이었다. 하지만 배수지는 생경한 판소리를 처음부터 익혀야 했다.

그런가 하면 '열정'도 박보영의 분투가 눈물겹다. '열정'은 이혜린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보다 캐릭터 묘사가 허술해지면서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원작 소설 작가는 연예부 기자 출신으로, 소설은 캐릭터의 리얼리티로 인해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영화로 옮겨오면서 이런 리얼리티가 많이 퇴색된 느낌이다. 정재영이 연기한 하재관 부장 캐릭터는 원작 소설과 다르게 '예쁘게' 포장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가 돼버렸다. '금두꺼비' 에피소드가 흐지부지 없어져 버린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기자증을 목에 걸고 다닌다던가 기자회견에서의 질문 내용 등 기자로서의 디테일이 많이 떨어지면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배수지와 박보영은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히는 배우들이다. 이런 시련은 이들이 배우로 한단계 더 성장하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단지 한 작품의 성패보다는 이들이 미래에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