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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도움왕 오른 염기훈의 2015년은 '해피엔딩'

'염긱스' 염기훈(32·수원)이 생애 처음으로 K리그 최고의 도우미에 등극했다.

염기훈은 2015년 K리그 클래식 최종전이 벌어진 29일까지 35경기에 출전, 17개의 도움을 배달해 도움왕을 차지했다. 경기당 평균 0.49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로페즈(제주) 몰리나(서울·이상 11개) 등 2위권과는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올랐다.

지난달 4일에는 K리그 도움 역사도 바꿨다. 광주전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 K리그 역대 최다 도움 신기록(71개)을 세웠다. 종전 신태용 감독이 보유했던 68개 도움을 훌쩍 뛰어넘었다. 29일까지 도움은 73개로 마무리됐다.

29일 전북전에선 의미있는 기록도 세웠다. 개인적인 영예였다. 전반 21분 멋진 왼발 프리킥 골을 터뜨려 수원 소속으로 100번째 공격포인트를 찍었다. K리그에서 23골-50도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10골-9도움, FA컵에서 2골-6도움을 달성했다.

올 시즌 경기를 상세하게 복기해보면, 염기훈이 만든 도움 중 왼발로 해낸 도움은 15개였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든 도움은 6개였다. 이번 시즌 염기훈과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선수는 산토스였다. 염기훈은 산토스의 5골을 도왔다. 그리고 권창훈 양상민의 골을 두 차례씩 이끌어냈다.

역대 도움 기록을 살펴보면, 염기훈은 역시 산토스와 찰떡궁합이었다. 10개의 도움을 안겼다. 그 뒤를 스테보(전남·6개) 곽희주(수원·4개) 정대세(시미즈 S-펄스) 양동현(울산) 권창훈 카이오(이상 수원·이사 3개)에게 알맞은 크로스와 패스를 배달했다.

염기훈은 2010년 수원으로 둥지를 옮긴 뒤부터 축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골이 아닌 도움의 중요성을 느꼈다. 염기훈은 그 해 도움 10개로 3위에 올랐다. 2011년에는 14개의 도움을 기록, 이동국(전북·15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도움왕의 한은 2013년 절반을 풀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안산 경찰축구단 소속으로 11개의 도움을 달성, 1위를 차지했다.

염기훈은 병역의무를 다하고 복귀한 뒤 지난 시즌부터 달라진 팀 내 상황에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경찰축구단에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수원에는 결정력이 좋은 공격수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2013년 말 팀에 복귀하니 자신이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염기훈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중원의 사령관 역할까지 해야 했다.

올 시즌 갑자기 도움수가 증가한 이유로 체중감량도 빼놓을 수 없다. 동계훈련 기간 체중을 3~4㎏ 뺐다. 75㎏을 유지한 염기훈은 자신이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몸 상태로 시즌에 돌입했다. 그 효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애를 썼던 부분은 경기 템포였다. 군 제대 후 클래식의 빠른 경기 템포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게다가 동료들과의 잦은 대화로 경기 중 발생하는 세트피스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자신이 킥을 전달해줄 수 있는 곳에 동료들이 이동해 있던 것도 많은 도움을 쌓을 수 있던 비결이었다. 염기훈은 "훈련을 많이 했다. 특히 내가 크로스를 할 때 동료들의 움직임이 좋았다. 나도 동료들이 쇄도하는 포인트에 차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챌린지와 클래식에서 도움왕에 오르는 것이 목표였다. 그 목표를 이뤄 의미가 더 뜻깊다"고 덧붙였다.

염기훈의 2015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수원=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