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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이승엽 이택근 김태균, 운명이다

아무리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프로 스포츠의 생리'라고 해도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금전적인면이 계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돈 이상의 다른 가치가 개입하고 작용할 때가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그렇다.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가 아닌 다른 국내 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생각할 수 있을까. 야구팬들의 머릿 속에 박혀 있는 이택근은 '넥센 히어로즈 주장', 김태균은 '한화 이글스 얼굴'이다. 이들은 과거에 그랬고,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까지 함께 해야 할 소속팀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승엽(39)과 이택근(35), 김태균(33)이 28일 각각 삼성, 히어로즈, 한화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FA 우선협상 마감일에 나란히 소속팀과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승엽이 계약 기간 2년-총액 36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0억원), 이택근은 4년-35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5억원), 김태균은 4년-84억원(계약금 20억원, 연봉 16억원)에 사인했다.

당연히 계약 조건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불혹'을 바라보는 이승엽은 우선 2년을 보장받았다. 이택근은 선수와 구단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합의점을 찾은 듯 하고, 김태균은 총액에서 연봉 비중이 높은 게 눈에 띈다. 최근 몇 년간 연봉 15억원을 받아 최고 연봉선수 자리를 유지했던 김태균은 향후 4년간 매년 16억원을 받는다.

세 선수 모두 각별한 의미가 담긴 FA 계약이다. 사실상 현재의 팀에서 마지막까지 선수로 뛰겠다는 선언이다.

경북고 출신인 이승엽은 라이온즈 소속으로 1995년 데뷔해 국내에서는 라이온즈 유니폼만 입었다. 2004년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이승엽은 지바 롯데 마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즈를 거쳐 2012년 복귀했다. 잠시 삼성을 떠난 적이 있지만 뼛속까지 파란 '삼성맨'이다. 일본 프로야구 시절부터 "삼성에서 선수 은퇴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대구 새 구장에서 KBO리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올해까지 통산 1860안타를 때려, 2000안타에 140개를 남겨놓고 있다.

이승엽은 올시즌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2리(470타수 156안타) 26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팀 내 안타 2위, 홈런 공동 3위, 타점 4위. 이승엽은 여전히 '대우받는 베테랑'이 아닌 최고 수준의 선수다.

유한준과 손승락은 우선협상 종료와 함께 시장으로 나갔다. 예상대로 '캡틴' 이택근은 히어로즈에 남았다. 애초부터 다른 팀을 기웃거린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구단도 "다른 선수는 몰라도, 이택근은 반드시 잡는다. 이택근은 우리 팀에 있어야할 선수다"고 했다. 그는 계약을 끝낸 뒤 "넥센은 나에게 집과 같은 곳이다. 다른 팀에 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늘 마음에 두었고 편안하게 지냈던 곳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히어로즈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에서 출발한 이택근은 LG 트윈스로 트레이드 돼 2년간 뛰다가 FA 자격을 얻어 2012년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구단 최고위층이 복귀를 주도했다. 히어로즈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떠나보내야했던 간판 선수 이택근. 그 선수를 다시 데려온다는 것은 히어로즈가 정상 궤도에 올라왔다는 걸 의미했다.

이택근은 히어로즈가 예열을 끝내고 강팀으로 도약한 지난 4년간 주축타자로 활약했다. 복귀 첫해 시즌 도중 주장을 맡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대체가 불가능한 히어로즈의 핵심선수였다.

김태균과 이글스,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천안 북일고를 졸업하고 2001년 입단해 줄곧 한화의 간판 타자로 활약했다. 송진우 장종훈 정민철의 계보를 잇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김태균은 2010년과 2011년, 두 시즌 동안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소속으로 뛴 뒤 한화에 복귀했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화인데, 팀 재건의 중심도 김태균이 될 수밖에 없다. 팀 분위기 때문에 김태균이 떠나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겠지만, 김태균에게 한화는 '운명'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