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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밀항'…어선에 엔진 3기 달고 시속 90㎞로

소형 어선을 개조해 일본 원정 절도범을 실어나른 밀항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경비함정을 따돌리려 엔진 3기를 장착해 시속 9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개조한 어선을 밀항에 이용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밀항자를 실어나른 혐의(밀항단속법 위반 등)로 김모(55), 최모(57), 이모(54)씨를 구속했다.
또 브로커 이모(54)씨와 밀항 미수자 김모(42·여)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밀항을 한 오모(54)씨 등 8명을 수배했다.
김씨 등은 지난 3월 30일 오후 경남 통영 한 포구에서 1인당 1천500만∼2천만원을 받고 오씨 등 8명을 일본 사가현(佐賀縣)으로 밀입국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밀항자들은 10여 년 전 일본에서 불법 체류하며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국내로 추방된 이후 일본으로 재차 밀입국했다. 이들 중 7명은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고 있고, 1명은 국내로 도피했다.
또 김씨 등은 다음 달 일본에 불법 체류 중이던 여모(52)씨를 쓰시마에서 싣고 경남 통영으로 밀입국시킨 혐의도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경비정 추적을 피하려고 5t짜리 어선에 엔진 2개를 더 장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엔진 1개짜리 어선은 20노트(시속 37㎞)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개조한 엔진 3개짜리 어선은 최고 50노트(시속 92㎞)까지 낼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일 경비함정의 속도가 30노트 안팎이어서 단속에 걸리더라도 쉽게 도망갈 수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어선을 고친 것이다.
이들이 시속 90㎞를 넘는 이 어선을 이용해 통영에서 밀항자를 싣고 쓰시마 인근 국경지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이후 일본으로 밀입국시키는 데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렸다.
통영보다 훨씬 가까운 부산에서 고속 여객선으로 일본 후쿠오카까지 3시간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목숨 건 질주를 한 셈이다.
조중혁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이들이 전복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개조한 어선은 단속 함정이 레이더로 확인하더라도 속도 차이 때문에 추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문 채취 등으로 여권을 위조하는 수법의 밀입국이 줄고 선박을 이용한 밀입국 사범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해양경비안전본부 등과 함께 밀항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pc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