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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육룡이 나르샤' 온탕·냉탕 오가는 박혁권이 무서워요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진한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눈웃음을 지으며 알랑방귀를 뀌는 상당히 여성스러운 남자. 그런데 그런 그의 헤픈 웃음이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박혁권. 이제 그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에서는 벽사계를 이용해 정도전(김명민)을 살해하려는 홍인방(전노민)과 길태미(박혁권)의 모습이 그려졌다.

무엇보다 이날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끈 이는 길태미였다. 그는 땅새(변요한)가 벽사계의 공격을 막고 정도전을 구했다는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벽사계는 고려 최고의 자객이었지만 이를 물리친 무림의 고수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긴장케 했다. 이어 과거 자신과 대결을 펼쳤던 까치독사(변요한)가 아닐까 추측했고 결국 정도전의 손에 자신과 사돈 홍인방이 보기 좋게 당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길로 이성계(천호진)의 집을 쳐들어간 길태미. 자신을 말리는 이방원(유아인)의 심복 조영규(민성욱)를 향해 "이거 놔"라며 앙칼지게 쏘아붙였고 예상치 못한 길태미의 까칠함에 시청자는 실소를 터트렸다. 마치 잔뜩 뿔이 난 어린 소녀(?) 같았던 길태미는 이성계와 정도전을 마주하자 대뜸 칼부터 뽑아들며 살기를 드러냈다. 제법 귀여웠던 토라짐이 어마무시한 섬뜩함으로 돌변한 것.

이어 길태미는 정도전을 향해 대뜸 "야, 정도전!"이라며 선전포고했다.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가 네 손에 놀아난 거야? 백윤(김하균)도 네가 죽였지? 그 무사(땅새)놈 시켜서"라며 버럭 화를 냈다. 날 선 칼을 정도전에게 겨눈 길태미의 무례함에 이성계 역시 화살로 맞받아치며 그야말로 숨 쉴 수 없는 팽팽한 대치상황이 펼쳐졌다. 이성계가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본 길태미는 "내가 이성계 화살맞고 이 자식을 죽이나 못 죽이나 볼까?"라면서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칼을 겨눈 길태미와 맞은편 활시위를 당기는 이성계, 정도전은 한참의 침묵으로 기 싸움을 펼쳤다.

그야말로 시청자를 얼어붙게 한 길태미였다. 그저 화려한 치장에 집중하고 홍인방 앞에서 촐랑대는 길태미가 아니었다. 장면을 통째로 훔친 길태미의 잔혹함이었다. 그는 이성계와 정도전을 돌아서는 그 순간에도 "과연 내가 그대로 칼을 뽑고 뛰어들었으면 누가 죽었을까? 궁금하네…"라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할 것만 같은 길태미의 서늘함은 후반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철없는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땅새의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는 무휼(윤균상)을 까치독사로 오해한 길태미는 그를 공격했고 자신이 생각한 무예가 아님을 알게 되자 곧바로 칼을 거뒀다. 길태미는 "너 왜 그런 옷을 입었어? 이런 것도 유행타나?"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길태미는 자신이 홍대홍(이준혁)의 제자라고 밝히며 무휼에게 "열심히 배워. 소질 있더라"며 조언까지 건네는 따뜻함을 보였다.

한 회에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극의 재미를 불어넣는 길태미. 때론 냉소적인 무사로, 때론 투정 많은 철부지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보이는 그가 앞으로 남은 '육룡이 나르샤'의 항해에 어떤 반전을 선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