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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정같은' 박보영 '제 나이에 딱 맞는 영화 만났어요'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시작은 늘 두근두근 설렌다. 하나의 관문을 지나 새로운 세상으로 내딛는 첫 걸음. 그곳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박보영이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선택한 것도 배우 인생의 어떠한 '문턱'을 넘어서기 위함이었다. 소녀, 학생, 여동생 같은 어리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20대 중반 또래의 평범한 삶에 가까이 다가가길 원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제안받았을 때 "무척 반가웠다"고 한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신문사 연예부 수습기자로 입사한 도라희가 겪는 사회생활 분투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멋진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자신만만하게 출근했지만 현실은 정반대. 시한폭탄 같은 상사에게 날마다 욕을 먹으며 가슴에 사표를 품고 사는 사고뭉치 도라희의 모습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사회 초년병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땐 그랬지'라며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도라희의 성장기는 관객들과 교감할 지점이 많아 보인다.

"저는 언제쯤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게 될까 고민하던 때, 이 영화를 만나게 됐어요.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걱정도 됐지만, 극중 도라희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수습기자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리얼리티를 위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꿈과 현실의 괴리감, 직업에 대한 이상향 등 도라희의 고민에 대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죠."

여전히 풋풋하고 상큼하지만 박보영도 어느덧 데뷔 10년차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취업에 힘겨워하는 스물여섯 청춘의 평범한 삶을 살았을 터.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보영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자신의 신인 시절을 새삼 돌아보게 됐다. "데뷔 당시엔 어리기도 했고 영화 촬영 현장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았어요.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생소했고, 장면의 연결이나 카메라 앵글에 대해서도 무지했어요. 선배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었을 텐데, 그분들이 저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웃음) 예전에는 속상하고 괴롭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당시 선배들의 마음을 이해할 정도는 된 것 같아요."

나이는 많지 않지만 박보영에게도 많은 후배가 생겼다. 또래와 연기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경력이 많은 편이라 항상 주변을 잘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임했다. 나이로는 막내지만 경력은 고참급이라서 더 조심스러웠고 더 긴장해야 했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 함께한 정재영, 오달수 등 선배 연기자들은 그런 박보영의 마음을 알아채고 먼저 다가왔다. "워낙에 대단한 선배들이라 저도 모르게 주눅들어 있었나 봐요. 제가 선배들 연기에 방해가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하고요. 한번은 회식 때 정재영 선배가 부르시더니 '내 눈엔 네가 힘들어하는 게 보인다'고 하시면서 '선배들이 있으니 마음 내려놓고 즐기라'고 하셨어요. 그 다음날부터는 선배들에게 의지하면서 촬영했어요. 오달수 선배님께 연기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요. 막내가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됐죠. 특권을 잘 누렸어요.(웃음)"

일에 대해선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지만, 카메라 밖 박보영의 삶은 평범하다. 배우 박보영의 삶과 자연인 박보영의 삶을 구분해 살았다.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활력을 얻는다는 박보영은 고향 친구들 얘기를 꺼내며 얼굴 가득 웃음을 담았다. 반짝이는 눈에서는 그리움이 뚝뚝 묻어났다. "고향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요. 친구들이 제 영화 시사회를 얼마나 기다리는데요. 월차 내고 올라오기도 하고요, 회사 동료들을 위해 사인을 받아가기도 하죠.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저도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평범해지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올해는 많이 바빠서 친구들을 자주 못 만났어요. 좀 슬프기도 하네요."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일'과 관련된 영역이 박보영의 삶에서 더 넓어질 터. 친구들만큼이나 소중한 영화와 연기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곱씹으며 의미를 되새겼다. "'과속스캔들'은 저를 알린 작품이니 빠질 수 없죠. 연기적인 면에서 특별했던 건 '돌연변이'예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경우는 또래의 삶을 연기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된 작품 같아요. '오 나의 귀신님'은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깨줬고요. 돌아보니 정말 소중한 작품이 많네요.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이 제게 찾아올지 설레어하며 기다리고 있어요."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