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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동 '겸재 생가 터'에 군인아파트가?…학술고증

경복궁 서쪽에 있는 옥인동 군인아파트와 옥인1구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학술연구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이달 '군인아파트 등 역사문화자산 고증과 보전'에 관한 학술용역을 연세대 허경진 교수팀과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소장에게 맡겨 내년 4월까지 완성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특히 옥인동 군인아파트는 겸재 정선이 52세부터 84세까지 살았던 옛 집인 인곡정사 터로 유력하게 꼽힌다. 인왕산 계곡이란 뜻으로 '인곡'이라 불렀다 하며 겸재가 71세 때 인곡정사를 그려 유명하다.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 사회적 변동과 의식 변화를 배경으로 유행한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는 중국의 남종화법을 우리 자연에 어울리는 필법으로 소화해 국내 특유의 산세와 물이 주는 감동을 화폭에 담아 냈다.
겸재가 수많은 작품을 남겼던 생가 터에 현재는 1970년대 들어선 군인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 경비 인력과 그 가족 약 120가구가 거주하는 곳이다.
서울시 한옥조성과 관계자는 "군인아파트가 국방부 소유인데다 군부대와 사전에 이야기해봤지만 아파트를 이전하면 대체 거주시설을 근처에 마련해줘야 하는데 부지가 없어서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며 "일단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장기적 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옥인1구역에는 송석원과 청휘각 터도 있다.
송석원은 친일파 윤덕영의 저택으로 1913년부터 무려 10년간 건축됐다. 한국전쟁 후에는 국제연합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 CURK) 건물로 사용되다 1966년 불타 현재는 기둥만 남았다.
옥인동 47번지 부근에 있는 정자 청휘각은 17세기 말 영의정을 지낸 김수항의 옥류동 저택 후원에 지은 정자로, 겸재가 70대 중반에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근처에는 김수항의 넷째 아들이 팠다는 가재우물 터와 바위글씨 등 다른 역사문화자산도 있다.
시 관계자는 "서촌에 워낙 역사문화자산이 많은데 특히 옥인동에 값진 것들이 밀집해있어 시범사업 성격으로 깊이 고증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학문적 고증을 마치면 장기적인 보전계획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lis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