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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프리뷰] 넥센이 하면 로맨스, 두산이 하면 불륜인가

[용감한 프리뷰] - 두산편에서



넥센이 3차전을 가져갔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넥센 3차전의 승인이 뭘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부분이 발산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 간단한 이유.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이유. 에이스 밴 헤켄이 잘 던졌기 때문이다.

1, 2차전과 3차전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3차전이 딱 그랬다. 투타의 관계는 상대적이다. 간단히 말해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는 잘 치지 못한다. 에이스가 나오면 타율이 떨어진다. 정예투수가 총 동원되는 포스트 시즌에서 유독 팀 타율이 떨어지고 많은 점수가 나지 않는 이유다. 3차전은 넥센 밴 헤켄의 호투 말고는 넥센의 승인을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또 다른 긍정적 요인이 넥센에 있을까. 미안하지만 없다. 넥센은 이날 10안타를 기록했다. 부진했던 유한준이 2안타를 쳤다. 고종욱과 서건창이 각각 2안타씩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위에서 투타의 관계는 상대적이라고 했다. 두산 투수진을 보자. 선발 유희관이 나왔다. 그리고 노경은 진야곱 오현택 윤명준이 등장했다. 그들은 두산 필승계투조의 핵심은 아니다.

경기가 끝난 뒤 '2안타를 친 유한준이 살아난 것 같은가'라고 염경엽 감독에게 묻자 "일단 표정은 밝아졌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넥센 클린업 트리오(이택근 박병호 유한준)는 여전히 타격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극심한 심적 부담감과 함께 타격 밸런스 자체가 좋지 않다. 이택근은 여전히 부진하고, 박병호는 바깥쪽 공에 헛스윙한 뒤 뒷다리가 들린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나오는 습관적 동작이다. 유한준은 타격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불균형하다.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는 염 감독이기 때문에 "표정은 밝아졌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여전히 좋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론적으로 넥센 타선은 3차전을 통해 살아난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4차전에서 투수싸움은 두산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넥센 선발 양 훈은 사흘 쉬고 등장한다. 포스트 시즌 선발 경험이 적인 양 훈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1차전 호투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두산 타자들은 익숙치 않은 투수들에게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 맞대결 경험이 쌓였다. 게다가 구위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난타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넥센 입장에서는 B 플랜이 마땅치 않다. 손승락과 한현희 그리고 조상우를 그대로 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뒷심 싸움에서 밀린다.

반면 두산은 힘이 넘치는 이현호가 나온다. 물론 제구가 불안하고 포스트 시즌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현호는 이미 3위 결정전이나 다름없었던 정규시즌 막판 KIA전에서 선발로 등판, 5⅔이닝 4피안타 무실점의 엄청난 호투를 했다. '정규리그와 포스트 시즌을 비교할 수 있나'라는 반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 자체는 포스트 시즌보다 더욱 중압감이 강했던 상태. 게다가 아직까지도 포스트 시즌에서 기록하지 못한 만원관중이 꽉 들어찬 상태였다.

만에 하나 이현호가 무너진다고 해도 B 플랜이 충분히 존재한다. 스와잭을 조기 투입할 수도 있고, 진야곱과 노경은을 쓸 수도 있다.

즉, 넥센 타선의 상태가 좋다면, 두산의 '1+1 선발'을 모두 공략한 뒤 승리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 하지만 3차전까지 넥센의 방망이를 보면 그럴 힘이 없다.

마지막으로 넥센 염경엽 감독에게 반문하고 싶다. 1, 2차전을 패한 뒤 도대체 "야구를 깨끗이 하고 싶다"고 말한 배경은 뭔가. 그리고 김재호 '배트 사구'에 대해 '선수 스스로 양심선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뭔가.

김재호 '배트 사구'는 인정하고 넘어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야구 자체에 '트릭볼'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결국 3차전 자승자박의 장면이 연출됐다. 오재일이 발에 맞았지만, 심판은 부정했다. "맞은 지 안 맞은 지 선수가 모를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가장 가까이 볼을 받은 포수 박동원이 모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박동원이 심판에게 "오재일이 맞았다"고 양심선언해야 하나. 전쟁을 치르는 넥센 선수단에게 '왕따'당하기 딱 좋은 '모범생 코스프레'다. 염 감독 논리라면 그래야 한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두산은 비디오 판독이 없었다"고 했다. 넥센은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2차전 박병호의 석연치 않은 스트라이크 판정에는 항의도 하지 않다가, 3차전 윤석민의 뜬금없는 불만 표시에 그제서야 벤치에서 나왔다. '깨끗한 야구'의 기본은 패배의 원인을 최대한 그라운드 밖에서 찾지 않는 것이다. 넥센이 하면 로맨스, 두산이 하면 불륜일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용감한 프리뷰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양팀 담당기자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해당팀 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프리뷰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작전운용, 강점, 이길 수 있는 여러가지 변수 등을 감안하며 담당 팀 입장에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