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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구 '최대 변수'가 된 비디오 판독

인생은 타이밍, 야구도 타이밍, 비디오 판독도 타이밍이다.

비디오 판독이 2015 가을 야구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두산과 넥센.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NC,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큰 경기를 치르며 양 팀이 극도로 예민해 있는 상황. 비디오 판독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산과 넥센은 1승1패. 한 번씩 울고 웃었다.

먼저 넥센이 땅을 쳤다. 시리즈 향방을 결정할 1차전. 넥센은 3-2로 앞선 9회말 아웃카운트 2개만 잡으면 준플레이오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재호의 사구 판정이 난 순간. 염경엽 넥센 감독은 아무런 제스처가 없었다. 1사 1루. 만약 비디오 판독에 들어가고 사구가 아닌 파울로 판명이 났을 경우 김재호는 2B2S로 상당히 불리한 처지였다. 앞선 타자까지 조상우의 구위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타자보다는 투수가 이길 공산이 커 보였다. 그렇다면 9회말은 의외로 빠르게 종료될 수 있었다. 누구 한 명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었다고 해도, 넥센 팬들이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목동으로 장소를 옮겨 치러진 3차전. 이번에는 두산이 비디오판독 때문에 꼬였다. 김태형 감독은 1회말 1사 1루에서 윤석민이 친 타구를 좌익수 김현수가 잡았다 놓치자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분명 공은 글러브 안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펜스에 부딪히면서 굴러 나왔다. 심판은 이를 연결동작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두산의 비디오판독은 실패로 끝났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초반 분위기를 위해 과감히 시도했지만, 남은 이닝 심판 판정을 뒤집을 기회가 사라졌다. 김현수가 심판에게 아웃이라는 확실한 제스처를 했기도 했다. 그리고 9회 나온 문제의 그 장면. 오재일이 공에 맞았고 심판은 사구가 아니라고 판단한 상황에서 김 감독은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는 비디오 판독에 대해 "선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플레이 도중 벌어진 일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고, 사구의 경우 맞았는지 아닌지는 선수 본인이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재일은 타석 근처에서 펄쩍펄쩍 뛰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 동작이 나올 경우 100% 선수 말이 맞다. 다만 타석에서 파울/헛스윙은 선수도 착각할 수 있다. 지난해 A선수는 헛스윙 삼진 이후 파울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는데, 알고보니 공과 방망이는 10㎝ 가까이 차이가 났다. 변화구가 홈플레이트에 맞으며 나는 소리에 파울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통틀어 그래도 결론은 '선수가 원하면 무조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야 한다'로 귀결된다. B감독은 '아끼면 똥 된다' 속담으로 적절하게 표현했다. 포스트시즌이라면 더욱 그렇다. 선수도 감독도 적극적으로 비디오 판독을 활용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다만 순간 판단은 정확해야 한다. 비디오 판독 때문에 울 것이냐, 웃을 것이냐는 여기서 갈린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