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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 돌풍' 유로2016 예선, 언더독 잔치가 된 이유는?

유로2016은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의 대회로 기억될 듯 하다.

변방으로 평가받은 축구 약소국들이 대거 본선행 티켓을 땄다. 사상 첫 유럽선수권대회 본선진출에 성공한 아이슬란드, 웨일스, 알바니아, 슬로바키아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 북아일랜드, 루마니아 등 그간 중심에서 멀어진 국가들도 유로2016 본선에 합류했다.

지난 유로2012에 참가한 유럽팀들의 면면과 비교하면 변화의 폭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유로2012에 나섰던 16개팀들은 공동개최국이었던 폴란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체코, 그리스,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아일랜드, 독일, 포르투갈, 덴마크, 네덜란드, 잉글랜드, 프랑스, 스웨덴이었다. 아일랜드 정도만이 이변의 진출로 평가받았고, 나머지 기존의 강호들이 빠짐없이 본선행에 성공했다.

유로2016 예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정도만이 체면치레를 했을 뿐 다른 강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신 변방들이 약진했다. 아이슬란드는 네덜란드, 체코, 터키 등이 포진한 죽음의 조를 일찌감치 탈출하는 이변을 연출했고, 라이언 긱스의 전성시대에도 메이저대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웨일스는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을 앞세워 새로운 역사를 썼다. 변방 중의 변방인 '약소국' 알바니아는 그야말로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변방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2008년 유럽축구연맹(UEFA)의 결정에서 시작됐다. UEFA는 2008년 회의를 통해 유럽선수권대회를 2016년부터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리기로 했다. 질적 저하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유럽 축구 전체의 부흥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강호들 틈바구니에서 숨죽이던 중위권 팀들이 기지개를 펼 기회가 마련됐다. 각 조 별로 최대 세 팀이 본선 직행을 노릴 수 있게 된 만큼, 중위권 팀들의 전략 자체가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포기했던 강호들과의 경기에서도 큰 동기부여를 갖고 할 수 있게 됐다. 중위권팀들의 선전을 지지하던 UEFA의 의도대로 중위권팀들이 상위권팀들을 잡는 이변이 여러차례 연출됐다.

하지만 이번 예선에서 보인 변화의 폭은 예상보다도 컸다.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이른바 4대 빅리그를 보유한 팀들을 제외하고 다른 기존 강호들의 부침이 컸다. 네덜란드가 좋은 예다. 네덜란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경질되고, 팀내 불화설까지 제기되는 등 내홍을 겪으며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보다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으며 조직력이 좋은 팀들이 강세를 보였다. 아이슬란드와 알바니아는 이렇다할 스타 없이도 팀워크를 앞세운 '원팀'으로 본선행에 성공했다. 내년 여름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2016의 트렌드는 강력한 조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