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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류승우와 '태용타'? 오해와 진실은...

'올림픽대표팀의 에이스' 류승우(22·레버쿠젠)는 호주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올시즌 소속팀 레버쿠젠에서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 국내에서 모처럼 펼쳐진 2차례 평가전은 류승우에게 절실한 무대였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부터 함께 발 맞춰온 절친들과 함께하는 올림픽대표팀에 대한 애착 또한 누구보다 강하다. 볼에 대한 열정과 굶주림이 감지됐다. 최전방, 측면, 중원을 가리지 않고 쉴새없이 오르내리며 찰거머리 같은 압박을 펼쳤다. 좁은 공간에서 특유의 유려한 드리블과 발 기술을 통한 탈압박도 인상적이었다. 공간이 생길 때마다 전방으로 날선 킬패스를 찔러넣었다.

지난 9일 1차 평가전, 류승우의 축구 센스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황희찬, 지언학 등 '유럽파' 신예 공격라인과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며 2대0 완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날 전반 종료 직전 불미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호주 선수와의 충돌이 때아닌 논란이 됐다. 동료와 협업 수비를 펼치다, 코너 페인의 종아리를 눌러 밟았다. 페인이 격분하며 몸으로 밀어붙이자, 류승우도 질세라 맞섰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류승우는 이내 스스로 잘못을 깨달았다.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류승우는 호주선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화난 호주선수는 사과를 거부했다. 류승우는 전반전이 끝난 후 다시 한번 사과했다. 경기 종료 후 또다시 호주선수를 찾아가 사과했다. 3번에 걸쳐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건넸다. 그러나 이날 경기 후 중계화면을 통해 류승우의 뒷머리를 치는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모습이 비치면서 류승우를 향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일부 네티즌들이 '류승우의 행동을 질책하기 위해 감독이 뒤통수를 때렸다'고 연결해 해석했다. '태용타'라는 타이틀의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그라운드에서 '악바리'인 류승우는 그라운드 밖에선 자타공인 '순둥이'다. 중앙대 시절인 2013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행을 이끌며 주목받았고, 지난해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었다. 류승우를 지도해온 감독들이 "영리하다" 다음으로 많이 하는 평가는 이구동성 "착하다" "반듯하다" 였다. 류승우도 처음 접한 '악플 세례'에 자못 당황한 눈치다. '인성' 논란이 억울할 만도 하지만, 발을 빼는 타이밍이 늦었다.

12일, 호주와의 2차 평가전을 앞두고 류승우는 '페어플레이'와 함께 골을 다짐했다. "2차전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페어플레이하겠다"고 다짐했다. 약속을 지켰다. 후반 교체 직후 감각적인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2대1 승리를 이끌었고, 맨 오브 더매치(MOM, 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며 활짝 웃었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논란의 장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류승우는 회피하지 않았다. "고의는 아니었는데…, 그때는 매우 정신이 없었다. 상대선수에게도 여러번 사과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고 다시는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태용타' 소문에 그저 '허허' 웃었다. "때린 것이 아닌데… 아들이 말해줘서 알았는데, 솔직히 나는 기억도 안난다.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했다. 류승우 역시 "마지막 결정적 득점 찬스를 놓친 것에 대해 장난처럼 그렇게 하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에 대한 엄중한 훈계를 잊지 않았다. "전세계 축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업자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압박과 몸싸움은 밀리지 말고, 강하게 부딪치되, 상대가 넘어지면 무조건 달려가 먼저 손을 내밀고 일으켜줘라. 경기에서 이기고 매너에서 져서는 안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