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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의 남자' 홍성흔, 그가 나설때가 됐다

세대 교체는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조직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한때 팀의 간판 타자였더라도 나이가 들고 기량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하위타순, 혹은 벤치로 밀려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무대 뒤편에 선 이들에게도 분명 자기 역할이 있다. 풍부한 경험에서 오는 연륜, 그리고 위기 대처 능력. 순발력과 근력이 신진에 비해 약간 떨어질 순 있어도, 대체불가능한 본연의 장점 한 두 가지는 확실하게 품고있다. 그리고 대개 이런 장점은 조직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큰 효과를 발휘하곤 한다. 어쨌든 경험이 많다는 건 무수히 많은 위기 또한 겪어봤다는 뜻이다. 그 누적된 기억 속에는 위기를 어떻게 해서 벗어났었는 지도 포함돼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 두산 베어스에는 '홍성흔의 힘'이 필요하다. 그가 나설때가 됐다.

두산은 안방인 잠실구장에서 치른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기분좋은 2연승을 거뒀다. 그러다 13일 목동 3차전에서 2대5로 졌다. 2승 뒤 1패.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직 두산에는 1승의 여유가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패배같다.

하지만 참사는 언제나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아직은 괜찮겠지'하는 마음이 대형 사고를 부른다. 그래서 이 1패를 예사로 보면 안된다. 이 안에는 준플레이오프 내내 이어진 두산의 고민이 담겨있다. 바로 타선의 침묵이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투수진은 괜찮다. 니퍼트가 부상에서 돌아와 선발의 힘이 더 강화됐고, 우려했던 불펜은 기대 이상의 안정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타선은 기대에 못 미친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팀 타율이 2할4푼2리에 불과했다. 특히 중심타선을 형성하고 있는 박건우(0.125)와 김현수(0.222), 양의지(0.125)가 해결 능력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타격은 원래 좋은 시기와 안좋은 시기의 흐름이 요동친다. 마치 사인함수 곡선처럼 상승과 하강이 반복된다. 3차전까지 두산 중심타선의 타격 사이클은 저조했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일시에 해결될 수도 있고, 더 안좋아질 수도 있다. 서로 최선을 다하는 포스트시즌 무대인만큼 언제 이들의 타격감이 살아날 지를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

그래서 두산 벤치에서 새로운 외부 변수를 대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모든 전력을 다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져보면 새삼 홍성흔에게 기대가 간다. 예전만큼의 힘이나 강력함은 확실히 사라졌지만, '경험'이라는 장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홍성흔은 기록으로 보면 '준플레이오프의 남자'라고 할 수 있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경기 출장(24경기)과 최다득점(15점) 기록을 갖고 있다. 안타를 4개만 더 치면 KIA 김주찬을 제치고통산 최다안타 1위 기록까지 달성하게 된다. 많은 경기를 치러봤고, 그 과정에 쌓인 결과물이 적지 않다.

그런 홍성흔이기에 의외의 순간 '해결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홍성흔은 화려한 승부사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스타성이 누구보다 강하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이 스타성이 발휘될 수도 있다. 게다가 후배들의 앞에서 살신성인하는 모습이 나온다면 팀워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홍성흔이 해줄 수 있는 건 생각보다 꽤 많다. 홍성흔을 아낌없이 내던지면 두산이 얻을 건 많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