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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와 관중석의 온도차, 2차 벤클막았다

13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과 넥센이 격돌한 목동구장. 넥센팬들은 두산 오재원이 나올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팬들 모습도 다수 눈에 띄었다.

준PO 2차전에서 넥센 서건창과 1루에서 베이스 커버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며 벤치 클리어링을 야기했던 장면. 넥센팬들은 오재원의 다소 아쉬운 수비위치 선정과 서건창의 지난 4월 고영민과의 충돌 부상(십자인대파열, 2개월여 재활)이 오버랩됐을 것이다. 오재원 넥센팬들에겐 '공공의 적'이었다.

양측은 팽팽한 기싸움과 일촉즉발의 감정싸움에 휩싸였지만 우려했던 또 한번의 벤치클리어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양팀 선수들은 서둘러 일상으로 돌아갔다. 뜨거운 플레이 속 상대에 대한 배려도 빛났다. 이는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온도차 때문이다.

야구가 생활인 선수들은 서로 안볼것처럼 으르렁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앙금을 털어버릴 때가 많다. 이날 경기에 앞서 넥센 이택근과 두산 홍성흔은 따로 만났다. 2차전에서의 양팀 충돌 여파는 상당했다.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잘잘못을 떠나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팀차원의 대응을 생각한 팀도 있었지만 뜻을 접었다. 이택근과 홍성흔은 베테랑 입장에서 이런저런 얘기와 공감을 나눴다.

3차전은 벼랑끝 승부였다. 넥센 입장에선 지면 끝장. 홈에서 험한 꼴을 당한 위기였다. 자연스럽게 경기가 과열될 수 있었지만 양팀 선수들은 현명했다. 분위기를 잡아줄 베테랑도 있었고, 유니폼을 바꿔입은 이적생도 있었다. 넥센 윤석민은 두산 출신, 오재일과 장민석은 넥센에서 두산으로 왔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십수년 야구를 같이한 선수들은 사석에선 친구사이다. 한 두 다리 건너면 다 안다.

팬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선수들의 그라운드내 시각은 분명 다르다. 감정을 앞세워 거친 행동을 하는 순간 상대도 맞대응을 하게 된다. 감정싸움에서 끝나지 않는다면 빈볼과 몸싸움 등 부상위험을 높이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손해는 본인들 몫이다. 선수들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