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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뒷문' vs 넥센 '앞문', 준PO 최대 변수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포스트 시즌. 5전 3선승제로 진행되는 준플레이오프 두산과 넥센의 외나무 혈투.

10일 잠실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점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가장 큰 변수를 흔히 '미친 선수'라고 얘기한다. 특히 타선에서 '미친 선수'가 나와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대적이다. 양팀 투수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양팀의 선발과 필승계투조가 어떤 투구를 보이느냐에 따라 미친 선수의 출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결국 따지고 보면 양 팀의 투수력이 포스트 시즌의 승패를 좌우하는 기본 골격이다. 이런 측면에서 두산과 넥센은 확실한 장, 단점을 가지고 있다. 두산은 '뒷문', 넥센은 '앞문'에 약점이 있다. 반면 두산은 '앞문', 넥센은 '뒷문'에 강점이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결국 선발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가 관건"이라고 했고, 넥센 염경엽 감독은 "두산의 약한 불펜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두산의 정공법 vs 넥센의 변형 카드

넥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1차전 선발 카드는 양 훈이다. 많은 의미가 있다. 와일드카드 혈투로 1선발 밴 헤켄을 2차전까지는 쓰지 못하는 상황.

결국 넥센의 선택은 양 훈이었다. 그는 시즌 막판 3경기에서 매우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9월21일 NC전에서 6이닝 4피안타 무실점, 9월27일 kt전에서 5⅔이닝 6피안타 1실점, 10월3일 삼성전에서 5⅔이닝 5피안타 1실점. 매우 안정적이면서 훌륭한 경기력이었다. 때문에 충분히 고려할 만한 카드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

두산은 1차전 선발로 더스틴 니퍼트가 나선다. 시즌 막판 경기력을 되찾은 위력적인 외국인 투수다. 결국 선발 맞대결에서는 넥센이 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양 훈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포스트 시즌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기 초반 흔들릴 수도 있다. 때문에 1차전 두산의 날카로운 예봉을 피한 뒤 2차전에 초점을 맞춘 경기운영을 고려한 듯 하다.

넥센이 잠실 2연전에서 1승1패만 맞추면, 3차전부터는 밴 헤켄이 들어올 수 있다. 1차전 양 훈 카드에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다. 두산은 2차전 장원준, 3차전 유희관이 유력하다.

하지만 양팀 선발 맞대결에는 또 다른 강력한 변수가 있다. 넥센은 선발감이 많이 부족하다. 세 선수를 제외하면 믿을 카드가 없다. 반면 두산은 안전장치가 있다. 올 시즌 선발진으로 좋은 역할을 했던 이현호, 허준혁, 그리고 앤서니 스와잭이 있다. 결국 두산은 선발진에 난조를 보인다고 해도 강력한 B 플랜이 존재한다. 반면 넥센은 선발진이 무너지면, 기본적인 계산 자체가 어그러지는 단점이 있다. 즉, 넥센 입장에서는 선발이 5회 이전에 무너지면, 마땅한 대체카드가 없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넥센의 이런 약한 고리를 노리고 있다.

▶필승계투조의 시스템

필승계투조로 시선을 옮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넥센은 두산보다 훨씬 공고한 필승계투조를 가지고 있다. 롱 릴리프가 가능한 조상우 한현희가 있고, 손승락도 있다.

두산은 스와잭, 노경은 함덕주 이현승이 필승계투조의 근간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두산의 필승계투조에 대해 복합적 시선을 드러냈다. 그는 "시즌 막판 순위싸움을 하면서 두산의 필승계투조가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두산의 약점이 필승계투조라고 했다. 함덕주는 경험이 부족하다. 노경은은 안정감이 부족하다. 미국 무대에서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지만, 스와잭 역시 시즌 막판 선발에서 보직을 이동한 케이스다.

두산은 시즌 막판 필승계투조가 많이 안정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1점 승부에서는 취약한 면이 있다. 큰 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면 넥센은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조상우의 위력을 실감했다. 결국 넥센 입장에서 선발진이 6회 정도만 버텨주면, 이후 뒷심 싸움에서는 훨씬 더 유리하다. 하지만, 선발진이 무너진다면, 넥센은 딜레마에 빠진다. 필승계투조를 당겨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투입하지 않을 수도 없다. 반면, 두산은 경기 막판 역전패를 당한다면, 심리적 데미지는 상당하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마운드라 더욱 그렇다.

결국 두산과 넥센은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두산의 뒷문과 넥센의 앞문. 누가 먼저 터지느냐의 싸움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