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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 KBL, 근본원인은 독선적인 이사회

사례 1

강동희 감독 승부조작 사태가 터졌다. 무혐의 처리가 됐지만, 전창진 감독도 불법도박에 의한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뒤덮기에만 급급했다. 선수들의 불법베팅 혐의가 포착됐다. 결국 검찰의 자세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한부 출전정지를 내렸다.

하지만, KBL 규약은 똑같다. 불법베팅에 관한 별도의 항목이 없다. 대신 도박 빛 사행 행위 항목에 포함돼 있다.

KBL 상벌규정 17조 4항(도박 및 사행행위로 인한 물의야기) 5항(농구와 관련된 체육진흥투표권 구매행위 위반) 등 두 가지 항목이다. 문제는 단순한 견책부터 영구제명까지, 징계범위가 너무나 폭넓다. 제재금은 3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낼 수 있다. 불법베팅 정국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대학 시절 어떤 선수가 어떻게 베팅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심증만 있다. 프로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원칙은 없다. 결국 이사회를 통한, 유권해석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여론에 민감하기 쉽고, 이사회가 전체적인 농구판을 도외시한 채 현실과 동 떨어진 결정을 내려도 견제를 가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KBL은 매번 이랬다.

사례 2

2004~2005 시즌 자유계약제가 시행됐다. 3시즌을 한 뒤 다시 드래프트로 바뀌었다. 당시 총 7쿼터(2쿼터 1명 출전)에서 2006~2007시즌에는 총 6쿼터(2, 3쿼터 1명 출전)로 외국인 선수 비중을 점차 줄이는 단계였다.

드래프트보다 자유계약제가 더 적합하다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몇 가지 효과가 있다. 구단의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고, 레벨이 높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구단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발굴(이 과정에서 구단의 스카우트와 전력분석팀 강화의 효과도 생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당시 궁극적으로 자유계약 1명 출전이 목표였다. 하지만 몇몇 구단과 단장들에 의해 좌절됐다. 다시 드래프트로 환원됐다. 발전에 역행하는 부분이다.

전력 평준화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 불만과 함께 투자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농구 발전과 리그 경기력의 향상에 역행했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정에 어떤 견제도 없었다.



사례 3

불법베팅 정국에서 KBL은 재정위원회와 긴급이사회를 열었다. 그리고 징계방침을 발표했다. 기한부 출전정지가 나왔다. 그리고 '김민구 끼워넣기'도 발표됐다.

대표팀 선수로 음주운전을 한 KCC 김민구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다, 하필 이날 그랬다.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경고와 함께 사회봉사 120시간 명령을 내렸다. 사회적 분위기 상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

김민구의 소속팀 KCC는 올 시즌 KBL리그 스폰서다. 갖은 악재가 겹친 KBL은 스폰서 구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KBL 김영기 총재가 KCC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간곡히 부탁했고, 성사됐다.

KCC 스폰서와 김민구 징계의 연결고리에 대해 KBL은 공식적으로 부정했다. 하지만 반문해 보자. 누가 의심하지 않을까. KCC 측은 "KBL이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징계를 더 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민구는 그렇게 출전했다. 당연히 팬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는 결정을 이사회에서 내렸다는 점이다.



사례 4

우여곡절 끝에 KBL 김영기 총재는 기형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단신(1m93 이하)와 장신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투입한다는 제도. 여기에 3라운드까지 1명만 뛰고, 4라운드부터 총 6쿼터(2, 3쿼터는 2명 출전) 출전.

가뜩이나 복잡한 제도에 이사회가 양념을 쳤다. 2개의 지방구단 단장이 긴급발의한 제도가 통과됐다. '2라운드부터 3쿼터에 한정, 2명의 외국인 선수를 투입하겠다'는 결정이었다. KBL은 '불법베팅로 인해 핵심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긴급대책'이라고 했다.

어리둥절하다. KBL 권위에 대한 문제다. 너무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상식이다. 시즌 전 제도에 대해 결정을 하면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 기준으로 팀은 준비를 한다. 농구 팬의 혼란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바뀐 제도에 대해 많은 기사가 양산되는 것도 널리 알려 팬의 혼란을 최소화시키자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시즌 도중 변경했다. 가뜩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도다. 이 상황은 농구 관계자와 팬에게 KBL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킨다. '동네농구'라고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이사회에서 결정한 일이다.



네 가지 사례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이사회에서 결정한 일이다. 10개 구단 단장들의 협의체이자, KBL 최고의 의결기구다. 여기에 KBL 총재와 사무총장, 본부장이 들어간다. 2/3이상 출석으로 이사회가 공식 승인되고,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10개 구단 단장은 아무래도 자신의 속한 구단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이가 커야 나눠먹을 것도 많다. KBL은 현 시점에서 너무나 쪼그라든 볼품없는 파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사회의 시선은 근시안적이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은 인색하고, 아마농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사도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리그의 흥행으로 인한 팀의 홍보효과다. 리그 흥행을 위해 당연히 노력해야 하지만, 진정한 흥행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변수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 중 핵심은 기준과 원칙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얻는 것이다.(농구 팬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리그 경기력 뿐만 아니라 우수 유망주의 지원, 그리고 대표팀의 경쟁 시스템 확립 등이 필요하다. 제품(프로농구)이 좋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많은 사람이 구입하는 것과 당연한 이치다.)

이사회의 독선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때문에 이사회에서 상식과 동떨어진 결정을 해도 어쩔 수 없다. 결국 농구 팬은 떨어져 나간다. 제 살 깎아 먹기다. 위에서 예를 든 사례들이 모두 그렇다. 몇몇 양식있는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이사회의 개혁없이는 KBL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선수대표, 사외이사 등이 포함된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