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보면 5위 와일드카드 신설은 '신의 한수'였다. 올시즌 5위 싸움은 선두 다툼 못지 않다. 일찌감치 선두권과 중위권, 하위권으로 순위 박스권이 형성된 탓도 있지만 5위를 갈구하는 팀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만든 올시즌 최고 이슈팀 한화(5위), 전통적인 전국구 인기구단인 KIA(6위)와 롯데(8위), 여기에 SK(7위)까지 더해져 박 터지는 순위경쟁을 하고 있다. 한화와 KIA는 승차가 없고, SK는 1.5게임, 롯데는 3게임 뒤진 상태다. 26~29경기 정도가 남았기 때문에 아직 최종승자는 알 수없다. 5위 경쟁은 시즌 막판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중동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말 KBO 이사회는 와일드카드 신설을 결정했다. 10개 구단체제가 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팀 폭을 넓히자는 일부 의견이 나왔다. 처음에는 4위와 5위가 1.5게임차 이내이면 준플레이오프에 앞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5위팀 밀어주기 등 게임 차나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차단해야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결국 승차에 상관없이 4위-5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확정됐다. 대신 4위에 1승을 먼저 주고, 5위는 적지에서 2연승을 올려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게 해 형평성을 맞췄다.
시작부터 반대의견도 많았다. 페넌트레이스가 144경기로 늘어난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이 길어지면 체력부담과 선수들의 부상위험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10개팀 중 절반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경우 정규리그의 순수성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1993년부터 1998년(이상 8개팀 체제)까지는 3위와 4위팀간 승차가 3.5게임 이상이면 준플레이오프도 치르지 않은 적이 있었다. 정규리그 상위팀의 기록을 존중하고, 포스트시즌의 진입 장벽을 높여 격을 높이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가지던 때였다.
5위 와일드카드 신설 첫해인 올해 부정적인 면을 흥행 요소와 박진감이 몰아낸 것으로 보인다. 리그 5연패를 노리는 선두 삼성과 지난해 정규리그 3위보다 훨씬 더 강해진 리그 3년차 2위 NC, 승부처에 강한 3위 두산, 박병호와 유한준을 앞세운 타격의 넥센(4위)은 다른 팀이 따라잡기 힘든 곳까지 올라가 있다. 시즌 중반부터 이 4팀은 멀찌감치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때 넥센은 4위 자리를 위협받기도 했으나 31일 현재 5위 한화를 6.5게임차로 밀어낸 상태다. 만약 5위 와일드카드가 없었다면 시즌 막판의 순위싸움은 오로지 상위권의 싸움으로 좁혀질 뻔했다. 또 4위와의 승차가 1.5게임차 이하에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기로 했다면 이 역시 중위권팀들로선 맥빠질 상황이었다.
과연 5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하는 팀들이 가을잔치에 초대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원론적인 문제제기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9월을 맞는 야구팬들은 '매우 매우' 치열한 허리싸움이 새콤달콤하기만 하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