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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의 지배자' 기성용 뜨자 맨유 무너졌다

기성용(26)은 지난 시즌 스완지시티에서 팀 내 최다골(8골)을 터뜨렸다. 스완지시티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가 바뀐 덕을 봤다. 스트라이커 윌프레드 보니가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맨시티로 둥지를 옮기면서 개리 몽크 스완지시티 감독은 홀딩 미드필더인 기성용의 포지션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여름 올림피크 리옹에서 스완지시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보니의 대체자 바페팀비 고미스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부분이 컸다. 기성용은 존 조 셸비, 질피 시구르드손, 웨인 라우틀리지, 제퍼슨 몬테로, 네이선 다이어와 함께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다. 때로는 측면 윙어로도 활용되기도 했다.

새 시즌의 문이 열렸다. 기성용은 제 자리로 돌아갔다. 홀딩 미드필더다. 반년 사이 고미스의 기량이 몰라보게 성장하면서 모든 선수들이 제 포지션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성용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경기 조율과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의 가치는 31일(한국시각) 웨일스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유와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증명됐다. 지난 시즌 두 차례 맨유와의 맞대결에서 모두 골을 터뜨리며 '맨유 킬러'로 부상했던 기성용은 최근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부상에서 100% 회복된 터라 이날 선발 출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출발은 벤치였다. 몽크 감독은 0-1로 뒤진 후반 13분 기성용을 호출했다. 웨인 라우틀리지와 교체했다. 기성용이 투입되기 전까지 스완지시티는 중원에서 홀딩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존 조 셸비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고, 잭 코크는 수비적인 면에 무게를 실은 반면 볼을 소유하고 리딩할 수 있는 중원 자원이 필요했다.

기성용이 제 격이었다. 최고의 리딩력을 발휘했다. 기성용은 그라운드에 서자마자 팀의 역습 전개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 교체된 지 3분 만에 기성용의 효과가 곧바로 드러났다. 역습 상황에서 시구르드손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아예유가 헤딩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기성용은 맨유의 허리 자원인 모르강 슈네이델랭,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강한 압박에 눌려있던 템포를 깨웠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21분 역전골이 터졌다. 빠른 역습 상황에서 아예유의 침투 패스를 받은 고미스가 다이빙 헤딩 슛으로 맨유의 골문을 뚫었다.

기성용은 경기 흐름을 노련하게 완급 조절하며 동점을 노리던 맨유를 무력화시켰다. 맨유는 후반 중반 마이클 캐릭과 애쉴리 영, 마루앙 펠라이니를 교체투입, 중원을 장악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기성용이 지키는 중원에는 여유가 있었다. 맨유의 공세를 잘 막아낸 뒤 날카로운 역습으로 맨유의 허를 찔렀다.

기성용은 '승리의 백조'였다. 스완지시티는 이날 2대1로 역전승했다. 정규리그 무패(2승2무·승점 8) 행진을 달린 스완지시티는 맨유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3위 레스터시티와 승점과 골득실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뒤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