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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의 사나이' 손흥민, 온몸으로 느낀 EPL의 무게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선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었다.

31일 아침부터 붐빈 인천국제공항에서 모든 눈은 손흥민(23·토트넘)에게 쏠렸다. 다수의 취재진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슈틸리케호 합류를 위해 귀국하는 손흥민을 기다렸다. 손흥민이 아버지 손웅정씨와 함께 D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내자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담담한 손웅정씨와 달리 손흥민은 다소 피곤해 하면서도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귀국 전 토트넘 공식 트위터를 통해 "(대표팀에서)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과감하고 대담하게 플레이 하고 싶다"고 밝혔던 손흥민은 질문 공세에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날 손흥민과 대한축구협회 측은 별도의 인터뷰 없이 이동하기로 사전 공지를 했다. 그러나 3000만유로(약 403억원)의 이적료에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로 거듭난 뒤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는 손흥민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 자체 만으로도 '핫이슈'였다. 일반 시민들의 눈길도 '특급 경호' 속에 이동하는 손흥민의 발걸음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소집장소인 경기도 화성의 한 호텔로 향했다. 축구협회의 '007작전'이 이어졌다. 통상 호텔 1층 출입구에서 시작됐던 선수 합류 동선을 지하 주차장으로 조정했다. 손흥민에게 쏠린 관심이 자칫 호텔 투숙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재철 A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은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일반 호텔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A대표팀은 평소 진행하던 선수 소집 인터뷰 등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조용히 선수단을 맞이했다.

열기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소집 첫 훈련이 진행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는 100여명의 팬들이 손흥민을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축구협회가 이날 훈련을 '오픈 트레이닝 데이'로 잡으면서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손흥민은 열렬한 소녀 팬들의 환호 속에 환한 미소로 답하며 최고의 기분을 만끽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은 어릴 적부터 지켜보며 꿈꿔온 무대다. 아직 실제 경기를 뛰지 않아 (EPL 진출에 대한) 실감이 나진 않지만, 기분은 좋다"고 웃었다. 그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많은 팬들로부터 환영인사를 받았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환호해줘 감사했다"며 "경기장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라는 의미의 환호였던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도 잊진 않았다. 라오스(9월 3일 오후 8시·화성종합경기타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토트넘 이적으로 증명된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무대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기를 많이 뛰진 않았지만, 몸 상태는 좋다"며 "라오스전에서 당연히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선수 개개인 모두 준비를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골을 넣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승리다. 1대0이나 10대0으로 이기나 '승리'라는 결과는 같다"고 강조하면서 "나 말고도 대표팀에는 골을 넣을 선수가 많다. (다득점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는 게 중요하다"고 라오스전의 지향점을 밝혔다.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K리거들과의 경쟁을 두고는 "대표팀과 소속팀 어딜 가든 경쟁은 뒤따른다"며 "얼마나 노력하고 (경기에서) 잘 하느냐가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비결이다. 동아시안컵에서 동료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 점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게 많다. (대표팀이) 이런 활약을 계속 이어가다보면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