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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 지연으로 얽힌 스포츠도박의 결말은, 아마추어서 싹을 자르자

경찰이 농구 유도 등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의정부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수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으며 7~8일(미정)쯤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최근 수사가 진행 중인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이 컸다.

경찰이 이 수사를 시작한 건 제법 오래 됐다. 언론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게 알려진 건 지난 7월이었다. 경찰은 앞서 이미 지난 5월부터 선수들을 내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혐의 선수들을 한 명씩 불러 조사를 했었다.

A구단은 경찰의 내사 소식을 알고 면담을 통해 B선수(29)와의 계약 관계를 마무리했다. 다른 구단은 경찰 수사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노심초사했다. 이때는 이미 전창진 전 KGC 감독의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 수사로 농구계가 어수선해진 상황이었다. 결국 3개월 정도 끈 서울 중부경찰서의 전창진 감독 관련 수사는 검찰이 경찰의 구속 영장 신청을 자체적으로 기각, 돌려보면서 현재 답보 상태다. 이유는 증거 불충분이었다.

경찰은 전창진 감독의 조사가 생각 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관련 조사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로인해 이처럼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 경찰도 관련 수사 발언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종합해보면 조사를 받은 농구 선수는 전현직 포함 5~7명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선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선수가 농구와 유도 포함 10명 이상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선수는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일부 선수는 나만 한 게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찾아왔다.

경찰은 이 선수들이 현 소속팀이 아닌 2~3년 전 팀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한 혐의를 입증하려고 수사해왔다.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의 누적 베팅 금액은 많게는 억대부터 적게는 수십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이 혐의 선수들의 연결고리는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혀 있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시절 만났거나 또는 같은 대학 선후배로 죄의식을 갖지 않고 재미로 베팅을 했다는 것이다. 또 같은 고향 선후배 관계도 있다. C선수는 경기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유로 승부 조작 의심을 받고 있다.

한 프로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경찰 조사를 보면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현소속팀 아닌 시절의 잘못을 다루고 있다. 국내 농구계 전체가 반성하고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프로팀과 KBL만의 문제로 몰아가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재미로 베팅을 하는 경우가 독버섯 처럼 번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비난 농구 뿐아니라 축구 야구 등 그 범위를 한정 지을 수 없다. 선수 신분 또는 미성년자는 이걸 위반시 국민체육진흥법에따라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일부에선 일선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도자들도 할 말은 있다. 교육을 하지만 선수들끼리 몰래 하는 걸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관계 당국은 눈덩이 처럼 커지는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소 20조원(추정)을 넘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합법적인 국내 스포츠토토 시장 규모는 년 2~3조원이다.

규모만 보더라도 누구나 쉽게 불법 스포츠 도박의 위험에 빠져들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비단 스포츠계 농구 선수만의 문제로 국한 지을 수 없다. 이미 유명 연예인들도 불법 스포츠 도박에 거금을 베팅한 게 사실로 드러나 TV 프로그램에서 하차, 자중의 시간을 가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현재 경찰 조사를 받은 선수들은 초조하게 경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 수사로 충격을 받았던 KBL 사무국도 이번엔 경찰 발표 및 이후 사법 당국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징계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검찰이 기소하고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되면 현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일부에선 "선수들도 사람인데 한 번의 실수로 평생해온 걸 못하게 막는게 올바른 처분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쪽에서 "축구 야구 배구 등의 선례를 봤을 때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댄 게 사실로 확인될 경우 똑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로 사법 당국의 처벌을 받았던 프로 선수 중 현업으로 복귀한 경우는 없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