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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의 700승과 NC의 188승

"감독 입장에서는 2승1패-2승1패-1승2패의 모습이 가장 좋기는 하지."

김경문 NC 감독에게 올해 유난히 연승(3연승 이상)이 많다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NC는 8월에만 7연승과 5연승을 각각 한 차례씩 기록했다. 4월에는 6연승 한 번, 5월엔 8연승-5연승-3연승을 한 차례씩, 6월에는 5연승과 4연승, 7월에는 4연승을 한 번했다. 김 감독은 이에 "연승도 많지만 연패도 꽤 있었다"며 위닝시리즈, 루징시리즈를 반복하더라도 짧은 연패가 낫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연승은 따라오는 것이다. 감독은 언제나 첫 게임을 이기려 하고, 2연전일 때는 1승1패를 생각하는데 경기를 하다보니 연승이 나온다"며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지 않은 감독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그건 욕심이다. 욕심을 부리면 다음 경기에 지장을 준다"고 밝혔다.

결국 선수들의 힘으로 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편이지만, 따지고 보면 모든 말 속에 선수들을 향한 칭찬이 담겨 있는 사령탑이기도 했다. 그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해커에게 "본인이 절실함을 갖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호준과 손민한에 대해선 "베테랑으로서 큰 힘이 된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대단하다"고 했다. 나성범은 "KBO리그 타자와 관련된 기록을 깰 선수", 김태군은 "강민호(롯데) 양의지(두산)만큼 인정받았으면 하는 선수"다. 김 감독은 외야 백업인 김성욱을 향해서도 "스타가 될 자질이 보인다. 리그에 중장거리 오른손 타자가 부족한데, (김)성욱이는 다르다"고 힘을 실어줬다.

NC 선수들은 이러한 사령탑의 애정과 두터운 신뢰 속에 무럭무럭 자랐다. 지난해 창단 첫 가을 야구를 했고 올해도 2위에 위치해 확실한 강 팀 이미지를 얻었다. 1군 무대 첫 해인 지난 2013년 4~5월만 해도 "리그 수준을 떨어뜨린다. 경기력이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2년 만에 대권에 도전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A구단 감독은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는 느낌이다. 마운드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힘이 대단하다"며 "1군 경험이 짧다면 짧은데, 상대와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감독님이 팀을 참 잘 만들었다"고 NC 야구를 평했다.

지난 27일 창원 한화전은 김경문 감독과 선수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다. 우선 타자들이 '괴물' 로저스를 공략해 4대1 승리를 따냈다. 김 감독은 역대 7번째로 개인 통산 700승을 신고했다. 통산 1329경기에서 700승 23무 606패. 김 감독은 경기 후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기쁨을 나눴다. 승리 소감으로는 "상대가 워낙 좋은 투수여서 큰 점수를 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선발 해커가 우리 에이스답게 잘 던져줬다.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잘 뭉쳐 좋은 선물을 해준 것 같아 고맙다"고 역시나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지난 2004년 두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그 해 4월5일 잠실 KIA전에서 첫 승을 거뒀고 2012년 NC 초대 감독으로 선임돼 12년 째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27일 현재 김 감독 체제의 NC가 최근 3년 간 기록한 성적이다. 369경기에서 188승7무174패로 이 기간 삼성(223승5무142패) 넥센(201승5무156패) 두산(192승4무172패)에 이어 4위다. 2013시즌 52승4무72패(7위), 지난해 70승1무57패(3위), 올 시즌은 66승2무45패다. NC 밑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5개 팀이 있다.

일각에선 신생팀 지원책에 따라 외인 4명을 보유한 점이 호성적의 절대적 원인이라고 말한다. 20인 외 특별지명, FA영입시 보상선수 없이 연봉 300% 지급 등의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그렇게 영입한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있다는 사실이다. 야구는 결국 선수가 하고, 기술보다 중요한 건 멘탈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김경문 감독의 700승과 더불어 NC 선수들이 김 감독과 함께 만든 188승에 주목해야 한다. 188승은 모든 야구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정말 빠르게 쌓은 승수다. 김 감독의 700승도 그렇게 생각보다 빨리 완성됐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