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132km 유희관, 국제무대에서 통할까

두산 유희관은 15승으로 다승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유희관이 선발승을 거두면 매번 최고구속이 화제가 된다. 보통은 얼마나 빠르게 던졌냐가 관심사인데 유희관은 반대다. 한화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의 지난 6일 데뷔전 당시에도 최고구속 논란이 있었다. 155㎞냐, 156㎞냐를 두고 확인작업이 벌어졌다.

요즘 유희관의 최고구속은 132㎞전후다. 시즌이 깊어지면서 130㎞대 중반이었던 최고구속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희관은 KBO리그 최고투수다.

국내리그에선 '느림의 미학'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유희관이지만 과연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에서도 통할까. 유희관은 직구보다는 싱커와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와 볼 반개차이로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늘 변수가 많았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1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유희관의 대표팀 발탁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기술위원들과 상의해야할 사안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말을 돌려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에이스인데 머뭇거렸다. 김 감독이 말끝을 흐린 이유는 유희관의 구위에 대한 의구심이 일부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전부터 '국내용'과 '국제용'이라는 말이 있었다. 큰 대회에 유난히 강한 선수들이 존재했다. 일본만 만나면 펄펄 날았던 김동주, 구대성이 그랬고,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찬스가 오면 이승엽은 인상깊은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이들의 경우 '강심장'으로 분류되는 멘탈이 주목받았다. 전성기 시절 기량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유희관이 전세계 어떤 프로리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임엔 분명하다. 고교선수들도 최고시속 140㎞를 뿌려대는 시대에 프로야구 투수들의 평균구속보다 10㎞ 이상 낮다. 국내 타자들은 맘껏 요리하고 있지만 외국선수들에게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선발로 쓸지, 중간계투로 쓸지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대표팀 승선 단계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고된다. 유희관은 "내가 뽑히겠나. 그래도 만약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국가대표는 개인으로선 최고 명예이자 최고 선수로 인정받는 단계다.

올해 유희관이 20승 고지에 오른다면 뽑지 않을 명분이 없다. 한시즌을 선전한 에이스를 놔두고 누굴 뽑을 것인가. 실제 외국선수들과 맞붙었을때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야구는 만국공통이다. 타자의 스타일이 아무리 달라도 특급 투수들이 승승장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투수들은 절대 따라오지 못할 투구궤적이나, 컨트롤 정확도가 있기에 계속 통하는 것이다.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프리미어12 1차 엔트리 마감은 다음달 10일이다. 10월 10일 28명의 최종엔트리가 확정된다. 아직은 대회요강도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 죽음의 조에 속해있다. 한국(세계랭킹 8위)은 일본(개최국·1위), 미국(2위), 도미니카공화국(6위), 베네수엘라(10위), 멕시코(12위)과 같은 B조다. A조는 대만(4위), 쿠바(3위), 네덜란드(5위), 캐나다(7위), 푸에르토리코(9위), 이탈리아(11위)다. 6개팀 중 4개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