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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과 성적, KIA는 해피엔딩을 향해 달린다

팀 리빌딩이 먼저일까, 그래도 성적을 신경써야 하나. 약팀들이 매년 마주하는 고민이다.

팀 체질개선과 성적, 동시에 쫓기 힘든 과제다. 객관화된 전력을 놓고보면 팀 리빌딩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 김기태 감독 체제로 2015년 시즌을 맞은 KIA 타이거즈가 그랬다. 지난 3월 초 윤석민이 미국에서 돌아와 합류했다고 해도 하위권 전력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선빈과 안치홍, 정상급 키스톤 콤비에 외야수 이대형이 군복무를 위해 입대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났다. 또 에이스 양현종 정도만 확실 투수 전력으로 보였다. 최근 3년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윤석민을 제외한 외부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에 열린 연습경기에서는 9전패를 당했다. 올해는 1~2년 후를 위한 준비 기간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개막전부터 6연승을 달리더니, 전반기의 후반까지 승률 5할을 유지했다. 타선의 침체 속에 타이거즈의 '지키는 야구'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기 막판에 선발진이 크게 흔들려 5할 승률에서 '-6승'까지 떨어졌는데, 들불처럼 맹렬하게 살아났다. 1위팀 삼성 라이온즈와 후반기 첫 3연전에서 2승(1패)을 거두더니, 지난 주에는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6연승을 거뒀다. 포스트 시즌 경기같은 치열한 승부끝에 6승 중 5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두번이나 9회말 끝내기승을 연출했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김기태 KIA 감독은 시즌 초부터 올 시즌 목표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흐름을 살펴보고 결정을 내려야할 순간이 온다면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팀 리빌딩이 필요하다고 해도 성적을 포기한 페넌트 레이스 운영은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 주에 5위 경쟁팀 SK, 한화를 제압한 KIA는 이제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이 됐다.

팀 리빌딩과 맞물려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젊은 피'가 돌고 있다.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새얼굴, 젊은 선수들이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이 역할을 유지하면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주전 중견수로 뿌리를 내린 외야수 김호령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입단한 루키다. 빠른 발을 활용한 폭 넓은 외야 수비가 발군이다. 2할3~4푼을 오르내리는 타격이 아쉬울 때가 있지만 수비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한화전에서 김호령은 두 차례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 벤치를 흐뭇하게 했다.

최근 몇년간 KIA 안방은 정체돼 있었다. 베테랑들은 멈춰섰는데, 젊은 포수가 성장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KIA에서 가장 뜨거운 포지션이 포수다. 장충고 1년 선후배인 백용환(25)과 이홍구(24)가 화끈한 장타력으로 타선에 불을 붙였다.

베테랑 이성우(34)와 함께 1군에서 개막을 맞은 이홍구는 2013년에 입단한 프로 3년차. 부상으로 지난해 1군 경기에 한 게임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이성우의 백업으로 시작해 장타력을 앞세워 주전급 포수로 도약했다. 3일 현재 타율 2할3푼9리, 9홈런, 30타점. 안타 37개 중 홈런과 2루타가 18개나 된다.

지난 6월 말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백용환은 이홍구보다 더 '핫'하다. 지난 시즌 47경기에 나섰는데, 지난 2일까지 한 달간 21경기에 출전했다. 14안타 중 홈런 6개를 포함해 8개가 장타다. 타선 침체 속에서 두 젊은 포수의 장타는 단비같았다.

야탑고를 졸업한 루키 박정수(19)도 '떠오르는 아기별'이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긴 지난달 초에 임시 선발 투수로 투입됐는데,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해냈다. 8경기에 선발, 중간계투로 나서 평균자책점 3.48. 마운드 상황이 안 좋은 때 화려하지는 않지만 착실하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했다.

건국대 출신의 우완 문경찬(23)는 프로 첫해부터 간간이 선을 보이고 있다. 2011년 2라운드 9순위로 입단한 홍건희(23)도 루키나 다름없다. 2011년 5경기(5⅔이닝) 등판이 1군 출전의 전부였는데, 올해는 25경기에 나섰다. 2010년에 KIA맨이 된 좌완 임기준(24)도 비슷하다. 2011년 3경기 출전 후 지난 3년 간 군복무 등으로 1군 기록이 없다. 올해는 11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고 출신 루키 황대인(19)도 주목받고 있는 내야수다.

새얼굴들의 등장과 5위 싸움. KIA의 2015년 시즌은 활력이 넘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