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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드업 미스테리 유희관, 팀 좌완 최다승 기록할까

확실히 미스테리한 일이다.

투수들은 투구폼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투구 전 정지상태에서 손을 놓는 위치가 5㎝만 바뀌어도 공의 위력은 확연히 달라진다. 컨트롤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두산 유희관의 변화는 미스테리한 일이다.

그는 7월29일 잠실 한화전에서 7⅔이닝 5피안타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 역사상 좌완 최다인 13승을 올렸다.

투구폼이 완전히 바뀌었다. 유희관은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는 세트 포지션에서 투구했다. 그는 "야구를 시작한 이후 계속 세트 포지션에서 공을 던졌다"고 했다.

타고난 유연함으로 오른발을 무릎까지 단숨에 올리면서 추진력을 얻는다. 이후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궤적으로 동일하게 만든다. 이 투구폼으로 130㎞대의 느린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겨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오른 다리를 뒤로 뺀 상태에서 와인드 업, 그대로 공을 던졌다. 투구폼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좋은 영향이 있었다. 세트 포지션보다는 와인드 업 자세가 더욱 많은 추진력을 얻는다.

올 시즌 초반 유희관은 130㎞초반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 하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전체적인 구속 자체가 떨어졌다.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128㎞ 정도였다. 그러나 와인드 업으로 자세를 바꾼 뒤 패스트볼 구속이 좀 더 빨라졌다. 당시 한화는 많은 준비를 하고 왔다. 하지만 유희관의 이런 변화에 많은 혼란이 생겼다. 기본적으로 타이밍 싸움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기본적으로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제구가 흔들리면서 공의 구위마저 떨어진다. 하지만 유희관에게는 그런 부작용은 없었다.

투구 폼을 바꾼 것은 즉흥적이었다. 유희관은 "한화가 많은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한용덕 코치님에게 의견을 물어봤고,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결국 그날 완벽한 변화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이 부분은 유희관 특유의 장점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워낙 감각이 뛰어난 선수. 손가락 감각이 탁월한데다, 웬만한 변화에 완벽하게 동화하는 동물적인 적응력을 지니고 있다.

결국 와인드 업 투구에서도 유희관은 부작용은 없었다. 오히려 더욱 강한 추진력으로 더욱 좋은 구위를 얻을 수 있었다.

유희관은 당분간 이 자세를 유지할 생각이다. 그는 "공이 더 빨라졌기 때문에 당분간 와인드 업 자세를 유지할 생각이다. 타자들이 적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적응하면 다시 예전 세트 포지션 자세로 돌아가면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유희관은 13승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다승 단독 선두다. 이제 또 하나의 역사가 남았다. 두산은 1988년 윤석환이 13승을 기록했다. 좌완 투수 최다승이다. 유희관은 타이 기록을 세웠다.

4일 울산 롯데전에서 유희관은 선발로 등판한다. 와인드 업 자세를 앞세운다. 미스테리한 유희관의 변화. 과연 팀내 좌완 역사상 최다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