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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4대 악재 뚫고 노리는 4가지 진기록

악재. 증권 시장에서 시세 하락의 원인이 되는 조건을 말한다. 반대말이 호재다. 흔히 악재는 겹쳐서 온다고 한다. 야구라고 크게 다를 건 없다.

넥센 4번 박병호(29). 올 시즌에 앞서 성적 하락의 원인이 될 법한 악재가 상당히 많았다. 어림짐작으로 네 가지는 돼 보였다. 우선 홈런 치는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가뜩이나 상대 견제가 심한 마당에 그와 정면 승부 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2011년 말 롯데도 이대호(소프트뱅크)가 대한해협을 건너자 '거포 군단'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앞 뒤 타자들의 성적이 뚝뚝 떨어졌다. 이른바 시너지 효과의 상실이다.

빅리그 스카우트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박병호는 올 겨울 구단 동의 하에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다. 넥센은 "기꺼이 우리 팀 4번 타자를 놓아줄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런데 매번 관중석에 자리 한 스카우트가 달가울 리는 없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힘이 들어갈 테다. 그럴수록 방망이는 말을 듣지 않을 거다. '괴물' 류현진(LA 다저스)도 "스카우트의 카메라와 스피드 건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캠프 동안 미세하게 바꾼 타격폼도 호재보다 악재가 가까웠다. 지난해 상대 팀 에이스들에게 유독 고전했다고 판단한 그는 스윙을 좀 더 간결히 가져갔다. 52홈런의 영예를 안겨 준 국보급 기술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장담할 수 없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고 만류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다 그를 향한 삐딱한 시선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최근 3년 동안 가장 멀리, 가장 높게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일부 팬들은 목동 구장을 홈으로 쓴다고 끊임없이 비아냥댔다.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악재를 뚫고 박병호는 2015시즌에도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29일 현재 홈런(32개)과 득점(85점) 최다 안타(122개) 부문 단독 1위다. 타점(90개)은 NC 테임즈와 공동 1위이고 타율은 3할4푼6리로 5위다. 무엇보다 이승엽(1997~2003년·삼성) 타이론 우즈(1998~2001년·전 두산)에 이어 역대 3번째로 4년 연속 30홈런 고지에 올랐다. 또 역대 최초로 4년 연속 30홈런을 선점했고, 역시 2년 연속 전반기에 30홈런을 달성한 유일한 타자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KBO 역사 책에 아로새겼다.

나아가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네 가지 진기록도 노리고 있다. 시즌 뒤 미국 진출이 유력한 가운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국내 무대에서 작성하는 커리어 하이 기록들이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남기지 못한 업적이기도 하다.

일단 사상 최초의 2년 연속 50홈런이 기대된다. 91경기 째인 지난 29일 목동 kt전에서 32호 홈런을 폭발한 그는 산술적으로 50.6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몰아치기에 능한 특유의 스타일상 더 때릴 수도 있다. 라이벌 테임즈(29홈런)의 존재는 긍정적인 경쟁심을 유발한다. 테임즈도 "박병호라는 좋은 선수와 홈런왕 경쟁을 펼쳐 영광"이라고 했다.

토종 선수 최초의 4년 연속 100타점은 9부 능선을 넘었다. 2012년 105타점, 2013년 117타점, 2014년 124타점, 올해는 90타점으로 142타점을 노릴 페이스다. 그 동안 4시즌 연속 100타점 고지에 오른 선수는 우즈(1998~2001년)뿐으로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등 선배들은 모조리 실패했다.

그리고 박병호가 테임즈를 체치고 타점왕까지 거머쥔다면 KBO리그 사상 최초의 타점왕 4연패 대기록이 만들어 진다. 앞서 3연패는 이만수(1983~1985년) 장종훈(1990~1992년) 두 차례 있었다. 2연패는 이승엽(2002~2003년) 한 차례다. 6월까지 62타점으로 이 부문 5위였던 박병호는 어느새 테임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7월 타점 수는 28개로 단연 1위다.

끝으로 생애 첫 최다 안타 타이틀도 눈앞에 왔다. 이대호가 2010~11년 두 차례 타이틀을 따냈지만, 사실 거포와 최다안타는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3년 간만 봐도 손아섭, 서건창이 안타 제조기로 불렸다. 그런데 올해 박병호는 91경기 만에 122안타를 때리며, 지난해 128경기에서의 139안타와 큰 차이가 없다. 그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투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반면 나는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가급적 정확하게 때리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