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명투수코치 출신 윤석환 감독, 두산-LG 1차 지명 제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 스승은 제자가 신인왕이 되는 걸 보고 싶어했다.

지난 4월 말 모교 야구부 사령탑에 오른 윤석환 선린인터넷고 감독(54). 35년 만에 모교 유니폼을 입었는데, 부임하자 마자 일을 냈다. 30년 넘게 전국대회 무관에 그쳤던 선린인터넷고가 지난달 열린 황금사자기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1980년 이후 무려 35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이다. 오는 10월에는 서울대표로 강원도 전국체전에 나간다. 창단 100년이 넘는 야구명문 선린인터넷고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주축 투수 이영하는 2016년 신인 1차 지명으로 두산 베어스, 김대현은 LG 트윈스에 입단한다. 선린인터넷고의 '원투펀치'가 대한민국 고교야구 투수 랭킹 1~2위다.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선린인터넷고 훈련장에서 만난 윤 감독은 "둘 다 내년 시즌에 신인왕에 도전하는 투수가 됐으면 좋겠다. 요즘 대형 신인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쪽으로 욕심을 내볼만한 자원이다"고 했다. 교정에 들어서자 35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우승 후 동문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겨울에 해외동계훈련을 계획하고 있는데, 동문회에서 항공료를 부담하기로 했다. 내년 새 유니폼 제작도 윤 감독이 지인을 통해 이미 해결했다.

선린인터넷고의 전신 선린상고,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4년 OB 베어스에 입단한 윤 감독은 57경기에 등판해 12승8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하고 신인왕에 올랐다. 프로 첫 해에 최우수 구원투수 타이틀까지 차지한 슈퍼루키였다.

신인왕 출신 윤 감독은 신인왕과 인연이 있다. 두산 투수코치 시절에 임태훈(2007년), 이용찬(2009년)을 신인왕으로 이끌었다.

최근 몇 년 간 대형 신인선수가 나오지 않아 중고 신인왕이 이어지고 있다. 올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김하성(넥센 히어로즈), 구자욱(삼성 라이온즈)도 올해 입단한 루키가 아니다. 윤 감독은 이영하와 김대현이 착실하게 프로를 준비해 신인왕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영하(1m92)와 김대현(1m88), 두 선수 모두 당당한 체격조건을 갖췄다. 이영하는 직구 최고 150km를 찍었고, 평균 145km를 던진다. 김대현은 147km까지 나왔는데, 묵직한 공이 위력적이다.

프로 지명을 받은 선수는 보통 10월 초중순에 프로팀에 합류하는데, 올해는 11월에 학교를 떠난다. 이 두 선수에게 프로 준비를 위한 3개월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고교 최고 투수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고교선수일뿐이다.

윤 감독은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변화구 주무기가 하나 필요하다. 두 선수 모두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 여러가지 변화구를 던지는데 고교에서 견딜만한 수준이다. 변화구 제구력이 부족하고 실투도 많은데, 직구 스피드가 좋아 안 맞을 뿐이다. 이걸 알고 프로에 가느냐, 모르고 가느냐의 차이가 크다. 이런 얘길 해주는 게 감독이 해야할 일이다"고 했다.

1992년부터 두산(OB), SK 와이번스에서 20년 가까이 선수를 지도했던 윤 감독은 탁월한 투수 조련사로 인정을 받았다. 뛰어낸 재질을 갖추고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망가진 선수를 수없이 봤다.

프로에 가서도 중요하지만, 어떠게 준비를 하고 가느냐도 중요하다. 프로 지명 후 프로팀에 합류할 때까지 긴장이 풀려 망가지는 선수가 있다. 지나친 휴식은 '약'이 아닌 '독'이다. 귀를 즐겁게 하는 덕담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프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제자들에게 해줄 말이 많은 윤 감독이다.

"고교 랭킹 1~2위라고 해도 프로에 가면 그 정도 선수는 많다. 학부모들이 '프로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데, 프로에서 안 해준다. 이젠 다 됐다가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했다. 그는 "프로에 가서도 나는 신인이라서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면 금방 시간이 지나간다. 신인 때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또 잡아주지 못하면 영영 못 올라올 수가 있다"고 했다. 들뜨기 쉬운 신인 때 차분하게 프로의 틀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생존법을 전수해주고 싶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어떻게 다시 잡을 것인지, 프로에서 좋은 코치가 조언을 해주겠지만, 본인이 찾아갈 수 있는 공식같은 루트를 알려주고 싶다.

그는 "반복하다보면 무너져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밖에서 아마야구를 볼 때 생각한 게 있다. 조금 뻔해보이지만, 기본기가 충실한 선수가 아쉬웠다. 프로에서 기본이 없는 선수는 페이스가 올라가도 벽을 뚫지 못하고 내려오더란다. 기본이 잘 돼 있는 선수는 고비가 와도 부상없이 넘기는데, 그렇지 못한 선수는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부상같은 악재로 무너질 때가 많았다. 윤 감독이 강조하는 90m 롱토스는 게임 때 사용하는 어깨 앞근육이 아닌, 뒷근육 강화를 위한 것이다. 뒷근육이 버텨줘야 길게 오래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