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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네이마르 저격킥, 칠레 우승' 코파아메리카 다시보기

6월12일(이하 한국시각)부터 23일간 남미대륙을 수놓은 2015년 코파아메리카가 개최국 칠레의 사상 첫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칠레는 5일 칠레 산티아고의 훌리오 마르티네스 파라다노스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5년 코파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120분간 득점을 올리지 못한 칠레는 승부차기에서 4대1로 이겼다. 음주운전, 나쁜손, 브라질의 몰락, 메시의 징크스 등 그 어느 때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이번 대회를 정리해봤다.

▶칠레, 악재를 해피엔딩으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칠레는 개최국 프리미엄까지 더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산체스(아스널), 비달(유벤투스), 바르가스(나폴리) 등 유럽축구계를 주름잡는 별들이 포진한 칠레는 자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황금세대로 불렸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매력적인 전술을 구사했던 삼파올리 감독의 지도력도 건재했다.

하지만 정작 칠레를 괴롭힌 것은 상대팀이 아니었다. 대회 전부터 갖은 구설에 시달렸다. 대회 전 엘살바로드와 친선경기에서 '에이스' 산체스와 미드필더 디아스가 갈등을 빚었다. 악재의 서막이었다. 대회가 시작됐고, 칠레는 특유의 공격축구로 순항했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비달이 음주 교통사고를 내 물의를 빚었다. 비달은 이 과정에서 경찰에 폭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며 질타를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토너먼트서는 수비수 하라가 '나쁜 손' 논란을 일으켰다. 우루과이와 8강서 상대 공격수인 카바니에게 성추행성 파울을 가해 남미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자국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팀' 칠레는 강했다.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3-4-3과 4-3-3을 오가며 구사한 변화무쌍한 전술과 조직력, 화려한 개인기로 모든 것을 이겨냈다. 칠레는 그토록 기원하던 코파 아메리카 대회 우승을 안방에서 이루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써냈다.

▶다시 고개 숙인 메시

이쯤되면 징크스라 할만 하다. 첫 국가대표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던 메시(바르셀로나)가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만큼은 메시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메시는 2014~2015시즌에서 바르셀로나를 두번째 트레블(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 FA컵 3관왕)로 이끌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메시의 주위에는 아게로(맨시티), 테베스(보카 후르니오스), 이과인(나폴리) 등 지구상 최고의 공격수들이 있었다.

메시는 이번 대회 내내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아르헨티나가 예상 밖에 빈공을 보이는 중에도 메시 만큼은 빛났다. 매경기 MOM(맨오브더매치)을 독식했다. 준결승에서는 조력자로 변신해 도움 해트트릭을 올렸다. 마침내 맞이한 결승전. 이번에도 메시는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대인방어를 하지 않겠다던 칠레의 스리백에 막혀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뛰는 양이 부족했다. 활발한 움직임도 부족했다. 물론 아르헨티나가 만든 위협적인 장면에는 메시가 있었다. 전반 20분 프리킥과 종료 직전 환상적인 드리블로 기회를 만들어줬지만 득점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연장에서도 조용했던 메시는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했다. 이후 2~3번째 키커가 모두 실축했다. 지난 브라질월드컵 준우승에 이어 메시의 지긋지긋한 메이저대회 우승 실패가 재연되는 순간이었다.

▶네이마르의 퇴장과 함께 몰락한 브라질

'축구로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했던 브라질이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을까. 브라질월드컵 참패를 딛고 부활을 노렸던 브라질이 다시 한번 체면을 구겼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 의존증, 스트라이커의 부재 등 쌓인 숙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카를로스 둥가 감독의 실리축구로는 답이 없어보인다.

브라질은 '에이스'이자 '주장' 네이마르의 이탈과 함께 몰락했다. 브라질은 18일 콜롬비아와의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분노한 네이마르는 패배 직후 상대 수비수 아르메로(리베르 플라테)를 향해 저격 킥을 날렸고, 승리에 기뻐하던 아르메로는 공을 맞고 그라운드를 나뒹굴었다. 이에 콜롬비아 공격수 바카(AC밀란)가 네이마르를 거세게 밀며 항의 했고 양국의 선수들이 뒤엉켰다. 남미축구협회는 네이마르에게 4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와 함께 1만 달러(약 1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은 평범한 강호였다. 베네수엘라와의 조별리그 마지막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하며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진출한 브라질은 파라과이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쓸쓸하게 돌아서야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