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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최초의 한중 패션 교류의 장으로 기억되다

국내 최초로 한중 양국 디자이너와 셀러브리티의 패션 교류를 카메라에 담은 SBS 플러스 '패션왕, 비밀의 상자'(이하 패션왕)가 막을 내렸다.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 투도우 그룹과 손을 잡은 이 프로그램에는 한국의 정두영, 고태용, 곽현주 디자이너와 중국의 장츠, 왕위타오, 란위 디자이너가 각국 셀러브리티와 짝을 지어 경연을 벌였다. 지난 27일 마지막 방송에서 공개된 결과는 정두영-장츠의 공동 1위. 이들은 1위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한중 양국의 교류가 뜻깊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시청 성적만으로는 국내보다 중국에서 월등한 성적표를 냈다. 한국에서 방송되는 동시에 중국 뉴미디어 유쿠닷컴을 통해 중국 네티즌과 만나게 된 가운데, 종영 이후 총 조휘수가 1억뷰(30일 오후 6시 집계 기준)를 넘었다. 다시 한 번 한류 컨텐츠에 대한 중국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시청률을 떠나 국내에서의 성과 역시 분명히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힘주어 말한다. '패션왕'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모두 전두지휘한 방송계에서는 소문난 패션통인 이상수 CP는 "한중 양국간 패션교류를 이끌어낸 최초의 장이 된 프로그램"이라며 "한국 디자이너들이 중국 패션시장에 진출한 계기가 됐으며, 한국에도 중국 디자이너의 실력을 알릴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중 패션 교류의 성과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디자이너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다. 유인나와 함께 짝을 이뤄 참가한 비욘드 클로젯 고태용 디자이너는 "중국 매장에서의 문의가 상당히 많아졌다"라며 "파리 라파에트 백화점이 중국 베이징에 새롭게 오픈하는데 그 곳에서도 바잉(buying)을 많이 해갔다"라고 밝혔다. 김종국과 함께 참가해 우승을 거머쥔 정두영 디자이너는 "지금까지의 패션 프로그램은 한국 디자이너나 셀럽 간의 경쟁을 담았지만, 이번에는 한국과 중국 양국 디자이너의 국제적인 경쟁을 담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한류문화를 중국에 전파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중국 패션 관계자나 패피(패션피플), 셀레브리티의 관점은 깊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패션왕'을 계기로 중국 쪽 테이스트(taste)를 알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두영 디자이너 역시 세일즈 면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밝힌다. 그와 짝을 이룬 김종국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터라, 중국 쪽 매장에 디스플레이 존을 따로 구성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이다.

한류는 한국의 대중국 전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타국의 대중국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젊은 세대를 사로잡은 한류 프리미엄을 활용하기 위해 외국 브랜드들이 한국을 발판으로 삼는 사례가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하다. 샤넬, 디올 등 세계적 명성의 명품 브랜드들이 일제히 한국에서 이례적인 대규모의 행사를 열고, 여기에 해당 브랜드와 연결고리가 모호한 한류 스타를 초청하는 것은 결국 중국 시장과 연관이 있다.

한류 특수를 누리고 있는 현재,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앞서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한류 전문가들의 답은 시불가실(時不可失). 때를 잘 활용해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기반을 다져두어야 하는 것이다. 양국간 교류의 물꼬를 트고 산업에 영향을 끼친 '패션왕'이야말로 지속가능한 한류에 한 발 다가선 프로그램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쌓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촬영 도중 메르스 악재를 만났음에도 마지막까지 큰 잡음 없이 촬영을 마무리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