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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최용수 감독 '처음과 끝', 상암벌이 뜨거웠다

상암벌의 처음과 끝은 최용수 FC서울 감독이었다.

떠날 것 같았던 그는 잔류를 선택했고, 그라운드에 섰다.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를 치렀다.

중국 프로리그 장쑤 순톈의 문턱까지 갔던 그는 이틀 전 잔류를 선택했다. 장쑤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계약기간은 2년 6개월, 총 연봉이 50억원이었다. 설명이 필요없다. 한국 스포츠 감독 사상 최고 연봉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장쑤의 손을 뿌리쳤고 세상이 바뀌었다. 그는 '50억원 의리의 사나이'우뚝섰다. 최 감독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솔직하게 말로만 듣던 제의였고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다시는 기회가 안 올 수도 있다"며 "그러나 내게는 우선 순위가 있다. 유혹에 흔들리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팬들과의 신의도 있었고 자존심도 걸려 있었다. 구단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심했지만 돈을 좇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서울은 이날 휘슬이 울리기 직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최 감독의 영상을 공개했다. 'STILL WITH US(여전히 우리와 함께한다)'라는 문구에 팬들은 감동했다. 서울 팬들은 일제히 "최용수", "최용수"를 외쳤다. 그의 잔류에 환호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동요가 있었다. 다행히 정리를 하고 나니 신뢰와 믿음감이 더 생겼다. 선수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최 감독의 느낌표였고, 90분 드라마도 막을 올렸다.

하지만 승부는 기대와는 달랐다. 서울은 어이없이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25분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수비수 김동우가 상대 공격수 주현우을 넘어뜨리며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1분 뒤 키커로 나선 이종민이 깔끔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광주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은 5분 뒤 윤일록의 헤딩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고요한의 크로스를 광주 수문장 권정혁이 걷어냈다. 하지만 짧았다. 윤일록이 헤딩으로 응수,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은 서울의 일방적인 무대였다. 최 감독은 후반 12분 에벨톤을 빼고 고명진을 투입했다. 5분 뒤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윤일록의 스루패스가 수비라인을 허문 박주영에게 배달됐다. 박주영은 골키퍼를 제친 후 왼발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중심이 무너지면서 볼은 허공을 갈랐다. 후반 19분에는 김현성도 가세했다. 후반 29분 박주영의 패스가 김현성의 발끝에 걸렸지만 그의 발을 떠난 볼은 다시 골문을 벗어났다. 최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는 박주영 대신 윤주태였다. 윤주태는 후반 40분 회심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김현성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옆그물을 흔들었다.

슈팅수 12대5, 유효 슈팅수 5대1이었다. 서울의 흔적이었다. 그러나 골 결정력에서 마침표를 찍지못하며 경기는 1대1로 막을 내렸다. 서울 팬들은 경기 후에도 "최용수"를 연호하며 다시 한번 뜨겁게 뒷풀이를 했다. 서울은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승점 31점을 기록한 서울은 3위 탈환에 실패했다. 4위를 유지했다. 2위 수원(승점 36)과의 승점 차는 5점으로 벌어졌다.

최 감독은 잠시 외도하다 다시 K리그 승부의 세계로 돌아왔다. 무승부가 아쉬웠다. 그는 "찬스에서 골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상위권 팀들은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 쫓아가야 할 우리 입장에선 오늘 경기가 중요했고 승리를 원했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 축구"라며 "연승을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점을 찾아야 한다.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급하지 않게 한 경기, 한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8일 성남과 원정경기, 11일 포항과 홈경기를 치른다. 장쑤행을 포기한 최 감독은 K리그에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현실이 되기 위해선 그의 말대로 연승이 절실하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