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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뉴페이스'들, 방심할 때 아니다

팀이 강해지려면 활발한 내부 경쟁이 필수적이다.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져가는 기존 선수 대신 발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젊은 뉴페이스'들이 기회를 얻는 현상은 그래서 바람직하다. 올해 한화 이글스는 그런 팀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다. 추승우 정민혁 전현태 등 오래 한화에 몸담았던 선수들의 '웨이버 공시'에 담긴 궁극적인 목적은 '강팀으로의 진화'다.

그래서 한화에는 이런 원칙에 따라 기회를 얻은 '뉴페이스'들이 많다. 야수진에서만 봐도 벌써 외야수 송주호(27)와 신성현(25) 장운호(21), 내야수 주현상(23) 임익준(27) 등 많은 새 얼굴들이 '2015 한화'에서 기회를 얻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젊다는 데 있다. 평균 연령이 24.6세에 불과하다. 그리고 저마다 장점이 있다. 송주호와 주현상은 수비, 임익준은 주루쪽에 조금 더 특화돼 있고, 장운호와 신성현은 타격에 더 강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보다 미래가치가 더 크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그래서 이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기회'의 단계에 들어선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누구도 확실히 '주전'이라고 할 수 없다. 때문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해 각자의 경쟁력을 어필해야만 한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모습에서는 그런 '치열함'이나 '절박함'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프로 선수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기록을 보면 된다. 그런데 '뉴페이스'들의 기록은 초라하다. 앞서 웨이버 공시된 선수들과 별다를 바 없다. 이들 중 가장 많은 61경기에 나온 송주호의 타율은 고작 1할8푼이다. 주현상은 송주호보다 3경기 적었지만, 오히려 타석수는 42번이나 많았다. 그러나 타율은 2할5푼6리 밖에 안된다. 최근 김회성의 부상 이후 붙박이 3루수를 하고 있는데 민첩한 수비가 일품이지만, 실수도 종종한다. 실책수는 5개다.

육성선수 출신 신성현은 5월27일에 추승우가 빠진 자리를 꿰차고 1군에 등록됐다. 이후 6월10일 삼성전에서 만루홈런으로 자신의 첫 홈런포를 터트리며 강한 임팩트를 줬다. 하지만 이것 뿐이었다. 이후 활약은 미미했다. 결국 1군 17경기에서 타율 1할5푼8리에 1홈런만 기록한 채 현재 2군에 있다. 최근 김 감독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외야수 장운호도 상황이 비슷하다. 1군에서 10경기에 출전 중인데 타율은 1할9푼에 그치고 있다. 홈런 1개를 쳤지만, 출루율이 2할9푼2리밖에 안된다.

무엇보다 4일 대전 NC전 8회말에 나온 장운호의 안이한 주루플레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장운호는 6-5로 앞선 무사 1, 2루 때 희생번트 실패로 2루 주자를 3루에서 아웃시킨 데 이어 전력 질주를 하지 않은 끝에 1루에서도 아웃되고 말았다. 쓸데없이 3루쪽을 바라보면서 뛰다보니 1루 베이스에 가까워진 순간 스텝이 맞지 않았다. 결국 베이스를 밟기 위해 보폭을 좁히며 스피드를 줄이다 아웃 판정을 받았다.

비록 오심성 판정이었지만, 이미 2번의 비디오 판독 기회를 모두 써버린 한화로서는 이를 뒤집을 수 없었다. 결국 한화는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고, 9회초에 동점까지 허용한다. 장운호의 안이한 주루플레이가 자칫 역전패의 빌미가 될 수도 있던 셈이다.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레전드' 양준혁은 은퇴하기 직전까지도 땅볼 타구 때 1루까지 전력 질주를 했다. 그는 늘 치열하게 달렸다. 그런데 이제 겨우 1군에서 60경기 밖에 뛰지 않은 프로 3년차 장운호의 NC전 주루에서는 '치열함'이 보이지 않았다. 이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절실하게 깨닫고 반성해야만 한다.

이건 장운호 뿐만 아니라 올해 기회를 얻고 있는 한화의 '뉴페이스'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지금 잠시 '기회'를 얻었다고 방심하다간 금세 눈앞에서 '기회의 문'이 닫히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프로의 속성상 그렇게 닫힌 문은 여간해선 다시 열리지 않는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