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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남긴 채 역사 속에 묻힌 '성완종 특사 로비'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성완종 특사 로비'는 결국 의혹만 남긴 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2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특별사면을 부탁하고 5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금품거래 시점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불기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튀어나온 특사 로비 의혹이 정치권 싸움으로 불붙어 한바탕 폭풍을 일으켰던 점을 돌아보면 허무한 결말이다.
성 전 회장은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의 특보로 활동한 2002년 5∼6월 회삿돈 16억원을 빼돌려 자민련에 불법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돼 2004년 7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으나 2005년 5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또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에는 행담도 개발 사업 관련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불과 한 달 뒤인 12월 31일 특별사면으로 복권 조치됐다.
이때 성 전 회장은 애초 사면자 대상으로 언급되지 않다가 막판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제기됐다.
여권에서는 두 차례 특사가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는 점을 들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특혜를 주는 데 관여한 게 아니냐고 공격하며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반면 문 대표를 비롯한 야권은 특사 대상자 선정을 법무부가 주관하고 대통령은 승인을 할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역공을 펼쳤다.
2005년 특사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부탁을 받고 자민련의 의견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고, 2007년 말 특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의 추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이 두 번째로 사면복권된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의 MB 측근 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 사이에 '형님라인'이 형성됐고 이들이 특별사면을 깊숙이 논의했다고 얘기하면서 난타전 양상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검찰은 수사가 중반으로 접어든 5월 중순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2007년 청와대의 특별사면 업무에 관여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서면 조사를 벌이거나 소환해 조사했고 결국 지난달 말에는 의혹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노건평씨까지 소환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성 전 회장이 노건평씨에게 5억원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다.
경남기업이 2007년 5월 노건평씨의 측근이 운영하는 H건설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뒤 특사 결정 사흘 전인 2007년 12월 28일에 하도급 금액 5억원을 증액했다는 것이다.
이틀 뒤 청와대가 법무부에 성 전 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를 올릴 것을 추가로 요구해 성 전 회장의 사면 안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 5억원을 사면 대가로 봤다.
그러나 이 돈을 지급한 시점이 2008년 7월 이전이어서 변호사법 위반죄의 공소시효 최장 기간인 7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검찰은 더이상 수사로 나아가지 않았다.
특히 노씨가 누구에게 특사 로비를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특사가 성사됐는지는 전혀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부분을 둘러싼 정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특검으로 넘기라고 촉구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공소시효는 특검도 손댈 수 없는 부분이어서 결국 특사 로비 의혹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역사 속에 묻힐 수밖에 없게 됐다.
min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