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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월드컵]투혼의 윤덕여호,佛에 0대3패'여기까지 잘왔다'

여기까지 잘 왔다. 태극낭자들의 12년만의 월드컵 도전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사상 월드컵 첫승, 사상 첫 16강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더 높은 꿈은 4년 뒤로 미뤘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FIFA랭킹 18위)은 22일 오전 5시(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캐나다여자월드컵 프랑스(FIFA랭킹 3위)와의 16강전에서 0대3으로 패했다.

이날 윤 감독은 '반전 스쿼드'를 내놨다. 허벅지 근육이 좋지 않은 '지메시' 지소연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전날 프랑스 감독이 10번 지소연 경계령을 내린 상황, 허벅지 근육이 좋지않은 지소연 대신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1994년생 영건' 이금민을 택했다. 4-2-3-1 전술에서 박은선을 원톱, 이금민을 섀도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전가을 강유미가 윙어로 나섰고 조소현 권하늘이 중원을 지켰다. 이은미 김도연 심서연 김수연이 포백라인에 섰다.

선수입장이 시작됐다. "가자!" '캡틴' 조소현이 힘차게 외쳤다. FIFA랭킹 3위 프랑스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도전자로서 후회없는 한판 승부를 다짐했다. 1만5518명이 들어찬 관중석은 프랑스의 홈그라운드였다. 불어권인 퀘벡주 몬트리올,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를 힘차게 따라불렀다. 한국 교민들도 지지 않았다. 그라운드 왼쪽에서 대형 태극기가 올라갔다. 400여 명의 교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목청껏 애국가를 따라불렀다.

예상대로 프랑스는 초반부터 극강의 공세로 밀어붙였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 시작됐다. 전반 1분 발빠른 엘로디 토미스가 오른쪽 라인을 빛의 속도로 허물고 들어왔다. 가공할 스피드였다. 전반 4분만에 프랑스의 선제골이 터졌다. A매치 88경기에서 59골을 터뜨리고, 직전 멕시코전에서도 1분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5대0 승리를 이끈 마리 로르 들리의 발끝은 날카로웠다. 루이자 네시브, 카미유 아빌리, 로르 불로로 이어지는 패스길은 예술이었다. 로르 불로의 도움을 받은 로르 들리가 골망을 흔들었다. 태극낭자들 역시 가만히 서있지 않았다. 전반 7분 강유미가 오른쪽 측면을 치고 달린 후 올린 크로스가 박은선의 머리를 맞췄지만 슈팅은 불발됐다. 그러나 1분만인 전반 8분 또다시 프랑스의 추가골이 터졌다. 가장 몸놀림이 좋았던 토미스였다. A매치 119경기에서 31골을 기록한 베테랑, 파워와 스피드를 두루 갖춘 에이스다. 일찌감치 경계했던 바로 그선수였다. 오른쪽 측면부터 박스안까지 성큼성큼 파고들더니, 슈팅까지 성공시켰다. 측면수비 이은미와 센터백 김도연이 함께 달라붙었지만 역부족이었다.

8분만에 2실점한 후 '맏언니' 김정미가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모여봐!" 태극낭자들이 둘러서서 다시 마음을 잡았다. '침착하게, 악착같이'라는 목표를 상기했다. 골키퍼 김정미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전반 28분 프리킥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공중볼을 다투기 위해 튀어오른 박은선과 충돌했다. 오른쪽 뺨이 순식간에 부풀어올랐지만 개의치 않았다. 전반 29분 이금민이 전가을에게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전가을과 이금민은 중앙과 측면을 위하며 끊임없이 기회를 노렸다.

프랑스의 날선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전반 31분, 르소메르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멕시코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르소메르는 프랑스 공격의 핵이었다. 프랑스의 파상공세를 막아서는 수비수들의 투혼이 빛났다. 특히 발빠른 토미스와 측면에서 맞선 이은미는 끊임없이 몸을 던졌다. 옐로카드를 불사했다. 전반 33분 박은선의 프리킥이 골문을 빗나간 후 전반 40분 또 한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중원에서 스루패스를 이어받고 쇄도하는 로르 델리의 슈팅을 김정미가 두손으로 쳐냈다. '맏언니'의 슈퍼세이브였다. 전반 추가시간 토미스의 역습을 이은미가 또다시 몸을 날리며 막아내 후 골키퍼 김정미는 1m87의 최장신 센터백 웬디 르나르와 또다시 머리를 부딪쳤다. 부상속에도 김정미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12년만의 월드컵 무대, 후배들의 최후방을 투혼으로 지켰다.

후반 시작 3분만에 또다시 프랑스의 3번째 골이 터졌다. '에이스' 르소메르와 로르 들리가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했다. 클래스가 달랐다. 르소메르의 킬패스를 로르 들리가 해결했다. 김도연이 르소메르를, 심서연이 로르 들리를 막아섰지만, 파워와 스피드가 달랐다. 윤 감독은 후반 10분 전반전을 잘 버텨준 박은선을 빼고 유영아를 투입했다. 후반 15분 권하늘을 빼고 이소담을 투입했다. 3골을 앞서가던 후반 29분 프랑스 벤치는 르소메르를 빼고 티니를 투입했다. 태극낭자들은 끝까지 만회골을 노렸다. 후반 30분 유영아의 예리한 슈팅이 골키퍼 손을 맞고 튕겨나갔다. 후반 34분 윤 감독은 강유미를 빼고, 박희영을 투입하며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후반 45분 토미스가 위험지역으로 쇄도하자 이은미가 또다시 몸을 던졌다. 한수위 프랑스를 상대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등록선수 1785명의 대한민국과 등록선수 8만3000명의 프랑스, 이 16강전을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들 했다. 대부분의 베팅업체들은 프랑스의 낙승을 예언했다.태극낭자들은 2011년 독일여자월드컵 4강, 2012년 런던올림픽 4강, 유럽지역 예선 전승, 10경기에서 54골을 터뜨린 프랑스를 상대로 도전정신으로 맞섰다. 이날 프랑스의 엔트리 중 로르 조르주(162경기 6골), 르소메르(108경기 47골), 아빌리(149경기 29골), 토미스(119경기31골), 네시브(128경기32골) 가에탄 티니(125경기55골)등 무려 6명이 A매치 100경기 이상을 뛴 백전노장이었다. 한국은 '중사' 권하늘이 이날 16강전까지 98경기, 역대 최다경기를 기록했다. 이날 선발로 출전한 이금민은 A매치 8경기, 강유미는 A매치 6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투자없는 승리는 없다. 경험의 차이는 실력의 차이가 됐다. 그러나 길이 끝난 곳에서 다시 길은 시작된다. 이날 윤 감독은 '2010년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2014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주역인 이금민, 이소담 등 당당한 막내들을 그라운드 중심에 내세웠다. 4년 후, 희망을 노래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