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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황우여 부총리'운동하는 여학생이 건강한 엄마가 된다'

"운동하는 여학생이 자라서 튼튼한 어머니가 된다."

황우여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하 황 부총리)은 여학생 체육의 중요성을 이 한마디로 정의했다. 22일 오후 세종정부청사 교육부 장관 집무실에서 만난 황 부총리는 '여학생 체육 활성화'라는 주제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판관 출신 5선 의원, 교육부를 이끄는 수장은 '스포츠 애호가'였다. 집무실 한켠엔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씌어진 나무 축구공이 있었다. 축구공을 들어올린 부총리의 표정이 환해졌다. 평생 습관처럼 이어온 체육의 경험과 가치를 이야기하는 내내 얼굴엔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15~19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하고, 새누리당 대표로 일하면서, 황 부총리는 일관되게 학교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장관이 되기 이전부터 학교 체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우리 학생들을 보면 체격은 좋아지는데 체력은 약해지고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 때문에 머리와 눈만 움직인다. 몸을 움직이거나 땀을 흘리는 일은 덜하다"고 직시했다.

▶여학생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는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강조해온 국정과제다.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세상의 절반인 '여성'과 '여학생 체육'에 대한 소신은 굳건했다. "여학생이 자라서 어머니가 된다. 아내가 된다. 대한민국 사회의 절반이다. 남자가 할 수 없는 많은 영역을 여성이 커버한다"고 했다. '스포츠의 가치를 아는 엄마'의 가정교육을 강조했다. "스포츠를 한 엄마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생의 도를 몸으로 먼저 안다. 스포츠를 한 엄마는 아이가 졌다고 울고 와도 '당연한 거야, 다음에 또 도전하고, 이기면 돼' '지는 건 실패가 아니야'라고 위로할 줄 안다. 이기고 온 아이에게는 '상대방을 무시하면 안돼'라고 현명하게 말해줄 줄 안다"고 했다. 무엇보다 여학생의 체력이 건강한 모성, 건강한 사회의 선순환으로 이어짐을 강조했다. "요즘은 여성도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체력이 더 필요하다. 여성은 연약하지만 튼튼하다. 연약한 것과 튼튼한 것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여성에게는 연약함 속의 튼튼함, 강인함이 있다"고 했다. "엄마의 체력이 튼튼해지면, 가정도 튼튼해지고, 사회도 튼튼해진다. 튼튼한 여성은 튼튼한 아내가 되고, 튼튼한 아내는 튼튼한 어머니가 된다."

▶'유한흥국' 학교에서 배우는 땀의 가치

학교체육에 대한 황 부총리의 각별한 애정은 학교체육의 행복한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황 부총리는 인천 제물포고 시절 검도에 입문했다. 이후 검도는 필생의 취미이자 자부심이 됐다.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전국검도연합회장까지 역임했다. "모교의 교훈이 '유한흥국(流汗興國, 흐르는 땀이 나라를 부흥하게 한다)'이다. 땀의 가치를 그만큼 중시했다. 땀은 '체육'이 될 수도, '노동'이 될 수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1인1기', 스포츠 하나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했다. "고등학교때 처음 검도 2급을 땄고, 졸업 무렵 '단'을 따고, 사회생활을 하며 공인 4단까지 땄다. 지금은 명예 7단이다. 나쁜 사람이 쫓아오면 연락해 달라"며 웃었다. 서울대 법학과 재학 시절엔 등산과 암벽 등반을 즐겼다.

학교에서 몸에 밴 운동 습관은, 판관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리더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됐다. 황 부총리는 "운동 경험은 살면서 크게 도움이 됐다. 검도는 무술이 아니라 무도다. 철학과 인생관이 녹아 있다. 기 검 체, 기운과 칼, 몸이 '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검도 얘기를 하는 부총리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단순한 '운동 기능'이 아닌, 삶을 지탱하는 '스포츠 정신'을 강조했다. "스포츠의 핵심은 지는 것을 배우는 것, 패배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패배할 때도 기술이 있다. 유도는 처음에 가서 낙법부터 배운다. 한판으로 지는 것, 나가떨어지는 방법부터 배운다. 1년 내내 나가떨어지는 것을 배운 후에야 공격술을 배운다. 넘어지는 것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패배'는 절대 '실패'가 아니다. 성적 좀 떨어졌다고, 졌다고 '포기'하거나 '자살'하면 안된다. 한번 졌다고 인생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늘 이기기만 하면 재미없다. 스포츠에서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에 담긴 사랑과 존중의 정신을 설파했다. "스포츠 정신은 상대를 예우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테니스에서 0점을 '러브'라고 한다. 존중과 사랑의 정신이다. 스포츠엔 스토리가 있고, 인생의 깊은 천리, 도가 녹아 있다. 학생들이 스포츠를 즐기면서 무의식 중에 인생을 배우고 예법을 배우길 바란다."

황 부총리는 체육을 모든 교육의 근간으로 인식했다. 역사적, 학문적 맥락을 되짚었다. "'지덕체(智德體)' 교육이라고들 하는데,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교육론에 보면 '체덕지(體德智)', 즉 체육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1895년 고종황제의 '교육입국조서'도 '덕체지(德體智)'의 순이다. '지'보다는 '체'가 앞에 있다. '체육'을 강조하는 것이 맞다. 몸이 있어야, 덕이 있고, 덕이 있어야 지식이 올라간다. 건강한 몸이 있어야 건강한 마음이 생긴다. 그 토대 위에 지식이 올라가야 살아있는 지식이 된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부의 정책과 노력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여학생의 62.8%가 남녀 체육 분리수업을 원한다는 설문 결과가 있었다. 남녀 학생이 모든 스포츠를 함께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남녀합반에서 학생들이 희망하는 경우 남녀 분리수업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남녀공학의 경우 체육복을 갈아입을 공간이 부족하다. 탈의실이 필요하면, 매년 200개씩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여학생 스포츠클럽 활성화도 중요한 부분이다. 작년에 여학생들로만 구성된 학교 스포츠클럽을 1000팀 지원했고, 올해는 1200팀을 지원했으며 내년에는 1500팀을 지원할 예정이다. 스포츠클럽리그에 여학생 참여 종목을 반드시 3종목 이상 운영하도록 했다. 또한 여학생 특화 프로그램을 1100개교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부총리는 여학생 체육의 근본적인 걸림돌은 '인프라'나 '제도'가 아닌 '마음'과 '인식'에 있다고 봤다. "사실 '인프라'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 우리 때는 아예 '인프라'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래도 금도 안그어진 운동장에서 너덜너덜한 농구공 하나로 죽어라고 운동했다. 결국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 교육도 성적, 성과 중심의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인성을 보고 키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라나는 여학생들이 TV속에서 익숙한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스포츠를 통한 자연스러운 건강미의 가치를 깨닫기를 희망했다. "화장이나 성형보다 스포츠를 통해 얻은 튼튼한 건강미가 가장 아름답다. 아픈 사람이 성형을 하고 화장을 한다 한들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 수 있겠나."

가까이서 지켜본 '대한민국 대표 여성 리더' 박근혜 대통령의 스포츠 사랑을 언급했다. "여성 리더들 중에는 스포츠광들이 많다. 박 대통령도 학교 다니실 때부터 탁구, 테니스 등 운동을 열심히 하셨다. 운동이 습관이 돼 있어, 건강하시다. 지금도 집에서 틈날 때마다 국선도 수련을 꾸준히 하시는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땀의 가치를 아는 황 부총리의 '체육 예찬론'은 계속 이어졌다. "나는 사람들과 좀 친해지면, 무슨 운동을 하는지 꼭 물어본다. 운동하는 사람은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더라"며 웃었다. 대한민국 여학생들을 운동장으로 이끌기 위해 한말씀 해달라는 부탁에 부총리는 특유의 '하회탈' 미소로 즉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은 '건강한 여성', '스포츠를 사랑하는 여성'이다." 세종=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