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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수비로 미소지은 최강희, 수비로 미소 잃은 서정원

"수원이 서울을 5대1로 잡더라. 나도 이번 경기에서 수원을 5대1로 누르고 싶다."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공격 축구를 약속했다.

"나 역시 공격수 출신이다. 공격 본능이 있다. 한 골을 먹으면 두 골을 넣겠다." 올시즌 전북보다 더 막강한 화력을 선보인 수원 삼성의 서정원 감독은 최 감독의 발언에 공격 축구로 맞불을 놓았다.

2015년 K리그 클래식 전반기 최고의 '빅매치'로 꼽히는 전북-수원전은 두 사령탑의 공격축구 다짐으로 시작됐다. 5일~6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있는 전북과 수원에게 '다음'이란 단어는 없었다. 약속대로였다. 전북과 수원은 창으로 '진검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막상 승부를 가른 요인은 창 뒤에 가려져 있던 방패의 견고함이었다. 전북이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클래식 9라운드에서 강력한 수비를 앞세워 수원을 2대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승점 22점을 기록하며 수원, 울산(이상 승점 14)과의 승점차를 8점으로 벌렸다. 리그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최 감독은 서 감독과의 맞대결 전적에서 4승1무2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전북은 겹경사도 맞았다. 수원전에서 완승을 거둔 현장에 3만410명의 관중이 운집해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지난 3월 14일 서울-전북전에서 기록한 3만2516명에 이어 올시즌 K리그 최다관중 2위를 기록했다.

▶최강희 감독, 승부수는 '쪽집게 수비 과외'

최 감독은 이동국-에두 투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동국-에두 투톱은 최강의 공격조합이 될 수 있지만, 중앙 미드필더를 한 명 줄이게 돼 중원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 양날의 검이다. 최 감독이 올시즌 리그에서 투톱을 선발로 내세운 것은 지난달 18일 열린 제주전에 이어 수원전이 두 번째였다. "공격적인게 최고의 수비다. 이런 경기는 모 아니면 도다." 경기전 최 감독은 투톱의 위험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철저한 계산과 준비가 있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최 감독의 '히든 카드'는 따로 있었다. 두 골보다 더 주목해야 할 무실점이다. 즉 수원전 맞춤형 수비가 비밀 무기였다. 최 감독은 포백 수비라인에 이재명, 조성환, 김형일, 김기희를 내세웠다. 지난달 29일 열린 고양과의 FA컵 4라운드에 이들을 모두 쉬게하며 체력을 비축케 했다. 특별히 준비한 비디오 영상을 보여주며 수원전을 준비시켰다. 염기훈과 정대세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었다.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5도움) 행진을 기록 중인 염기훈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더 철저히 분석했다. 최 감독은 비디오 미팅 후 그라운드에서 직접 수비 지시에 나섰다. 수비수 출신 최 감독이 예리한 눈으로 찾아낸 염기훈, 정대세 봉쇄법을 선수들에게 전수했다. 최 감독은 "염기훈이 돌아서는 터닝 포인트 방향을 김기희에게 알려줬다. 중앙 수비수들에게는 염기훈의 킥과 크로스에 대비한 위치 선정을 가르쳤다. 또 정대세의 점프시 동작, 이후 동료 공격수들에게 볼을 내주는 플레이의 특징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쪽집게 수비 전술로 올시즌 클래식에서 경기당 1.88골을 넣던 수원의 화력을 조용히 잠재웠다. 전북의 수비에 수원은 리그 연속 경기 득점행진을 7경기에서 멈췄다. 염기훈의 연속 경기 공격포인트도 전북 앞에서 멈춰섰다. 경기를 마친 최 감독은 "염기훈과 정대세를 집중 분석하고 수비라인을 점검했다. 이재명 조성환 김형일 김기희 등 네 명의 수비수가 두 선수를 완벽하게 봉쇄한 게 승리의 요인이다"라고 밝혔다.

▶서정원 감독, 수비불안+부상변수에 무너지다

컨디션이 절정인 염기훈과 정대세가 전북 공략 선봉에 섰다. 서 감독은 공격력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수비 얘기가 나오자 우려를 표했다. "주전 수비수인 민상기와 오범석이 빠지면서 수비가 불안해졌다. 이들이 돌아와야 안정을 찾을 것 같다." 수비력 강화를 위해 서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두 가지였다. 김은선의 공간 봉쇄와 고차원의 선발 출격이다. 서 감독은 "김은선에게 이동국과 에두의 사이 공간을 막으라는 미션을 줬다. 고차원은 수비 가담이 좋은 선수다"라고 밟혔다. 투톱 공격에 측면 공격까지 날카로운 전북의 '닥공'에 대비한 '히든 카드'였다. 전반에는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후반에 나온 두 차례 부상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후반 5분 고차원이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서정진이 대신 투입됐지만 고차원의 수비 가담 능력까지 메우지는 못했다. 고차원이 교체 아웃되자 레오나르도의 질주 본능이 되살아났다. 레오나르도의 측면 돌파 허용으로 전북에 주도권을 내준 후반 16분 수원에 또 한번의 악재가 겹쳤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의 부상이었다. 왼무릎을 다친 김은선은 스스로 교체 사인을 요구할만큼 큰 통증에 시달렸다. 서 감독은 교체 카드로 백지훈을 준비했지만 김은선은 치료를 받은 뒤 다시 뛰었다. 부상 투혼이었다. 그러나 김은선의 투지는 아쉽게 수원에 독으로 되돌아왔다. 김은선이 통증으로 기동력을 잃자 수원의 중원이 뻥 뚫렸고, 전북이 그 틈을 공략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 19분, 에두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이재성이 찔러준 전진 패스를 받아 득점에 성공했다. 김은선이 지키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패스 줄기가 살아나왔다. 김은선은 부상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고 후반 22분 교체 아웃됐다. 흐름을 잡은 전북의 폭풍 공격이 또 한번 몰아쳤다. 결국 수원은 후반 24분 레오나르도에게 프리킥골을 허용하며 2골차로 완패를 당했다.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서 감독이 준비한 카드는 부상 변수에 후반 45분을 버티지 못했다. 서 감독은 "김은선이 미드필드에서 잘 버텨줬지만 후반에 다쳐 나간 뒤 문제가 발생했다. 부상자로 인한 수비 불안은 우려했던 부분이고 경기에서 나타났다. 수비 불안으로 팀이 안정을 찾지 못한 게 안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