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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장' 차두리, '어린이 날' FC서울의 꿈

'계절의 여왕' 5월이 열렸지만 FC서울의 봄은 오지 않았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지금이 서울의 모습은 아니다.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주면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읍소했다. 그러나 팬들은 인내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서울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성남과의 홈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골문이 열렸다. 몰리나가 코너킥으로 올린 크로스를 김현성이 헤딩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잔인한 4월'의 악몽이 걷히는 듯 했다.

몰리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K리그 통산 최단기간 60(득점)-60(도움)을 달성했다. 182경기에 출전, 65골-60도움을 기록했다. 최단 경기 기록을 보유한 전북 에닝요(207경기)의 역사를 무려 25경기나 앞당겼다. 신태용(2003년·342경기), 에닝요(2013년), 이동국(2014년·364경기)에 이어 역대 4번째 60-60 클럽에 가입했다. 몰리나는 또 K리그 통산 15번째 코너킥 도움을 기록, 수원 염기훈과 함께 최다 코너킥 도우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서울은 전반 33분 성남의 남준재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더 이상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서울은 K리그 8경기 연속 1득점에 그치며, 또 다시 멀티골에 실패했다. 골이 터지지 않으면 승점 3점을 챙길 수 없다. 2승3무4패(승점 9), 순위는 10위로 떨어졌다.

최 감독은 성남전을 앞두고 주장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완장에 부담을 느낀 고명진 대신 차두리를 캡틴으로 선임했다. 차두리가 클럽팀에서 정식 주장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만큼 '마지막 주장 완장'이다. 최 감독은 절박했다. "차두리가 위아래 소통에 헌신할 적임자다. 좋은 기운도 불어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지난달 18일 슈퍼매치에서 부상한 차두리는 성남전에서 조기에 복귀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있었다. 남준재의 동점골은 차두리의 실수가 빌미가 됐다. 이웅희 김남춘 중앙 수비가 흔들리면서 폭발적인 오버래핑도 나오지 않았다. 차두리로선 찜찜한 '주장 데뷔전'이었다.

서울의 가장 큰 고민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김주영과 에스쿠데로의 공백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 김주영이 이끌던 수비라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고, 에스쿠데로가 버틴 공격라인의 골가뭄도 심각하다. 현재 김진규가 부상이고, 새롭게 수혈된 박주영은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박주영은 8라운드 광주전에 이어 성남전에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오스마르가 코뼈 골절에도 불구하고 성남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풀타임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살인적인 일정에 선수들은 체력 관리에 실패했다. 후반 공격수들의 급격한 체력 저하에 반전의 동력은 사라졌다.

절망할 여유도 없다. 산넘어 또 산이 있다. 서울은 3일 출국했다. 어린이 날인 5일 오후 8시 일본 가시마사커스타디움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각 조 1, 2위가 16강에 오른다. 서울은 현재 죽음의 조인 H조에서 2위(승점 6)에 포진해 있다. 선두 광저우 헝다(중국)는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됐고,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가시마(승점 6), 웨스턴 시드니(호주·승점 5)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은 가시마와 승점은 같지만 승자승에서 앞섰다.

같은 시각 웨스턴 시드니는 광저우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웨스턴 시드니가 비기거나 패할 경우, 서울은 비겨도 된다. 그러나 경우의 수는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깔끔하게 3년 연속 ACL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지쳐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잘 헤쳐나갈 것으로 믿는다. 죽음의 조에서 통과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있다. 성남전과 다른 경기력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험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결실을 보여줘야 한다. ACL이 반전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추락할 곳도 없다. 어린이 날 서울의 봄이 과연 열릴까. 벤치에선 최용수, 그라운드에선 차두리가 키를 쥐고 있다. 해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