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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승 한현희, 선발 변신 성공 사례로 남을까

LG 트윈스 투수 우규민은 불펜서 선발로 보직을 바꿔 성공한 보기드문 사례다. 지난 2004년 입단한 우규민은 셋업맨, 마무리를 맡다 지난 2013년 본격적으로 선발로 보직을 바꾼 뒤 10승을 올리며 로테이션의 중심으로 자리잡았고, 지난해에는 11승5패, 평균자책점 4.04를 올리며 입지를 확고히 했다. 올해는 부상으로 1군 합류가 늦어지고 있지만, 2군서 실전 피칭을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1군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선발서 불펜으로 바꾸기는 쉬워도, 불펜에서 선발로 변신해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발투수에게 필요한 몸과 마음을 만들려면 겨울 동안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올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 투수 가운데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 한현희다. 한현희는 지난 2012년 입단하자마자 넥센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해 4차례 선발 등판 경험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보직이었다. 2013년과 지난 시즌에는 각각 27홀드, 31홀드를 올리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넥센은 지난 겨울 한현희에게 선발 변신을 지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한 마땅한 선발 자원을 찾지 못한 넥센은 핵심 셋업맨을 선발로 돌려야 할만큼 로테이션 구성이 어려웠다.

그러나 불펜진의 선발 변신은 성공만 한다면 남는 장사다. 넥센은 지금 한현희에게서 그런 이득을 기대하고 있다. 시즌 시작 후 한 달이 넘게 지났다. 한현희는 3일 잠실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시즌 7번째 선발등판을 했다. 지난달 28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는 6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6.60을 기록했다. 7이닝 무실점 경기가 있는가 하면, 4월 16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3이닝 6실점으로 부진하기도 했다. 아직은 기복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날 LG를 상대로 팀의 6대2 승리를 이끌며 데뷔 후 첫 선발 2연승을 달렸다. 6이닝 동안 1개의 안타를 허용하고 1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펼쳤다. 이제는 선발투수답다는 느낌이다. 염경엽 감독이 만족해 한 경기였다. 투구수 110개를 무리없이 던졌고, 안정된 제구력을 앞세워 볼넷은 1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불펜 시절 150㎞에 이르던 직구 스피드는 140㎞대 중반으로 줄었지만, 한층 날카로워진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을 앞세워 LG 타자들을 잠재웠다.

1~2회를 삼자범퇴로 넘긴 한현희는 3회 선두 박지규를 좌전안타로 내보낸 뒤 볼넷과 폭투, 실책 등으로 한 점을 내줬다. 실점 과정에서 다소 흔들리기는 했지만, 계속된 1사 2,3루서 추가 실점을 막으면서 안정된 경기 운영능력도 보여줬다. 4회부터 6회까지는 유강남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것 말고는 완벽했다. 특히 6회말 LG가 자랑하는 왼손 타자 박용택과 이병규(7번)를 상대로 좌우 코너워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이드암스로인 한현희의 강점은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까지 올시즌 좌-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각각 1할9푼4리, 2할1푼8리다. 제구력만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언터처블 에이스가 될 자질을 충분히 보여준 경기였다.

경기 후 한현희는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 잘 쳐주고 잘 막아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오늘 스파이크를 안 가져와 서동욱 선배님한테 빌렸는데, 덜 미끄러지고 잘 던져지는 느낌이었다. 선발로는 아직 감을 찾는 중이다. 앞으로도 한 경기 한경기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