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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출동]73세 폴 매카트니, 누가 전성기가 지났다고 했나? 강철 체력에 무한 감동

음악의 힘에 처음 놀랐고, 일흔을 훌쩍 넘긴 폴 매카트니(73)의 강철 체력에 한번 더 놀랐다.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는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아웃 데어(OUT THERE)' 콘서트가 열렸다.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은 전설의 밴드 비틀스가 첫 앨범을 낸 지 52년 만이고, 비틀스 멤버로는 처음 한국을 찾았다. 비틀스의 멤버 4명 중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이미 사망했고,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2명 만이 살아있다.

이번 공연은 당초 지난해 5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폴 매카트니의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성 염증에 따른 건강 악화로 취소 된 바 있다. 그런 만큼 폴 매카트니가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도 공연이 정상적으로 열리게 될 지 관객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잠실에 울려퍼진 '헤이 주드' 떼창

흰색 셔츠에 남색 재킷을 입고 무대에 오른 폴 매카트니는 환호하는 4만5000여 한국 팬들에게 두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건넸다. 이어 기타를 둘러 매고 바로 비틀스의 1965년 히트곡 '에이트 데이즈 어 위크(Eight days a week)'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두번째 곡인 '세이브 어스(Save Us)'를 부른 뒤 폴 매카트니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서울, 한국와서 좋아요"라고 또박또박 인사를 건네 4만5000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캔트 바이 미 러브(Can't Buy Me Love)', '렛 미 롤 잇(Let Me Roll It)', '제트(Jet)',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The Long and Winding Road)', '위 캔 워크 잇 아웃(We Can Work It Out)' 등 비틀스와 윙스, 솔로 시절 곡들을 골고루 선보였다.

그동안 여러 빅스타들이 내한 공연을 했지만 폴 매카트니는 히트곡을 앞세워 한국 공연사에 길이 남을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공연이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비틀스의 히트곡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가 불려지면서 부터였다. "함께 해요"라는 폴 매카트니의 멘트에 잠실주경기장을 찾은 4만5000여 관객들은 빗 속에서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함께 따라 부르는 '떼 창'의 장관을 연출했다. 이어 공연의 마지막 곡인 '헤이 주드(Hey Jude)' 역시 단숨에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사라질 정도로 하나되는 모습이 연출되며 음악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입증했다.

폴 매카트니는 한국어로 "남자들만" "여자들만" "다 같이" 등을 외치며 '헤이 주드'의 후렴구를 다 함께 부르는 장관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요? 강철 체력에 다들 감탄!

지난해 폴 매카트니의 방한이 연기되자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해도 그 나이에 얼마나 잘하겠어?'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전성기가 이미 지난만큼 너무 늦은 방한 공연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하지만 2일 잠실벌에 선 폴 매카트니는 이런 평가를 비웃듯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폴 매카트니가 무대에 등장한 시각은 이날 오후 8시 22분. 이때부터 기타와 피아노를 번갈아 연주하며 무려 31곡을 쉬지 않고 불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가수들이 공연 중간 중간에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잠시 무대에서 내려오지만, 폴 매카트니는 단 한차례도 옷을 갈아 입지 않았으며 심지어 무대에서 내려오지도 않았다. 여기에 공연 중간에 물 한번 마시는 모습도 보이지 않아 보는 이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만들었다.

공연 시작 후 폴 매카트니가 처음 휴식을 취한 시각은 본 공연이 모두 끝난 오후 10시 29분으로 무려 2시간 7분 동안 무대를 지킨 것.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도 간격을 오래 두지 않고 바로 무대에 올라, 3곡씩 2차례의 앙코르 무대를 가진 뒤에야 3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폴 매카트니는 73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고음을 완벽하게 소화한 것을 비롯해 열정적인 연주와 파워 넘치는 보이스로 여전히 전성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음악으로 세대간 소통을 이끈 폴 매카트니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 열린 잠실주경기장 주변은 공연 시작 두시간 전부터 이미 주변 교통이 마비되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60년대 부터 활동해온 폴 매카트니인만큼,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연령대는 당연히 높을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공연장에는 50~60대 부모세대 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층이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특히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의 손을 잡고 공연장에 찾은 자녀들이 눈에 많이 띄었으며 이들은 폴 매카트니의 히트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함께 몸을 흔드는 이색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폴 매카트니를 맞이하는 한국 팬들의 응원 문화도 눈길을 끌었다.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가 울려퍼지자 그라운드석에 앉은 관객들이 동시에 빨간색 하트 표시가 그려진 카드를 들어 함께 흔드는 장관을 보여줬고, 폴 매카트니는 한국말로 "대박"이라고 말할 정도로 무한 감동을 받았다. 또 히트곡 '렛 잇 비(Let it be)'를 부를 때는 관객 전원이 휴대폰에 설치된 카메라 플래시를 켜 잠실벌을 하얗게 물들이기도 했다. 끝으로 '헤이 주드' 순서에서는 영어로 'NA' 또는 한글로 '나'라고 적은 카드를 들어 후렴구를 합창했다.

앙코르 무대에 앞서 태극기를 흔들며 등장할 정도로 한국 팬들과의 소통에 가장 우선 순위를 뒀던 폴 매카트니의 첫번째 서울 공연은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게 됐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