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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SK전 '김성근 야구'답게 이기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에게 SK 와이번스는 어떤 팀일까.

24일 대전서 열린 SK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SK 전력이 톱 클래스 수준 아닌가. 나 있을 때 20대 초중반의 아이들이 지금 주축 멤버로 뛰고 있는데, 선수단의 깊이는 삼성보다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정상을 다툴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

김 감독이 SK를 떠난 것은 지난 2011년 8월 17일이었다. 이후 고양 원더스 사령탑을 역임한 뒤 지난해 말 한화 그룹의 부름을 받고 이글스 지휘봉을 잡았다. 이날 SK와의 만남은 그로부터 1346일만에 이뤄졌다. 물론 전지훈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SK와 일전을 겨룬 바 있다. 정식 경기에서는 약 3년 8개월만에 영욕을 함께 했던 SK를 '적'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경기전 김 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전날 잠실 LG 트윈스전 2대5 패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낼 뿐이었다. 김 감독은 "17번(박정진)하고 47번(권 혁)이 전날(22일) 많이 던져서 내지 않았다. 불펜서 아예 공도 만지지 말라고 했다. 2-3으로 한 점차로 지고 있었는데, 그 둘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승부, 진한 아쉬움이 남지만 SK전에 집중해야 했다. 한화 선발은 안영명. 지난 11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로테이션에 합류한 안영명에 대해 김 감독은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안영명은 5이닝 동안 4사구 6개를 내주는 등 컨트롤에 애를 먹었지만,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까다로운 SK 타자들을 상대로 유인구를 많이 던졌는데, 볼넷이 많았던 이유다. 2-0으로 앞선 5회초에는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브라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선발로서 5이닝 임무를 완수했다.

한화 타선은 1회 이용규의 좌전안타, 정근우의 희생번트, 김경언의 우전적시타로 1점을 뽑았다. 정석에 따른 작전이 주효했다. 4회에는 간판 김태균이 좌중간 솔로포를 터뜨려 한 점을 더 벌렸다. SK 타선이 침묵했지만, 점수가 필요하기는 한화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주자가 나갈 때마다 쉼없이 사인을 냈다. 4회 김태균의 홈런 후 1사 1,3루 상황에서 권용관 타석때 스퀴즈 작전을 냈다. 그러나 SK 배터리의 피치아웃에 홈으로 쇄도하던 3루주자 최진행이 잡혀 추가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6회에는 선두 정근우가 이번 시즌 첫 안타인 우중간 2루타를 치며 찬스를 만들었지만, 2루에서 횡사하는 바람에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한화는 이제 제법 필승조가 갖춰진 팀이다. 마무리 윤규진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상황에 따라 기용할 수 있는 투수들로 불펜이 구성돼 있다. 6회 등판한 투수는 왼손 박정진. 2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지며 2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8회에는 왼 손 권 혁이 마운드에 올랐다. 현재 한화의 마무리 투수다. 8회 선두타자 브라운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권 혁은 박정권을 우익수플라이로 잡은 뒤 이재원에게 볼넷을 허용, 1,2루에 몰렸다. 그러나 조동화 정상호를 각각 중견수플라이, 삼진으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권 혁은 9회에도 선두 박진만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권 혁은 이명기와 김성현 박재상을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그대로 승리를 확정했다.

안영명 선발승, 박정진 홀드, 권 혁 세이브. 한화는 경기 초반 어렵게 만들어 놓은 2점차의 리드를 가장 '김성근 야구'다운 전개로 잘 지키며 의미있는 승리를 따냈다. 한화가 무실점 승리를 거둔 것은 지난해 8월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9대0 승) 이후 242일만이다.

경기 후 김 감독은 "힘든 경기였다. 내가 힘든 게임을 만들었다. 안영명은 올해 제일 적극적으로 던졌다. 투수 3명 모두 공격적으로 잘 던졌다. 어려울 때일수록 덤벼드는 피칭이 좋은데, 3명 모두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워낙 타선이 좋은 팀을 만나 피하지 않고 덤벼든게 가장 좋았다. 정범모의 리드도 좋았다. 오늘 투수 운용은 제대로 했지만, 공격 부분은 내 실수로 힘들게 만들었다. 너무 한 점에 얽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