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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형 윤성환, 띠동갑 동생 구자욱 실책 감싸안다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삼성-NC전에서는 삼성 선발 윤성환(34)의 호투가 돋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진지하고 의미심장한 장면이 있었다. 삼성이 4-0으로 앞선 5회말 2사 1루에서 윤성환은 NC 8번타자 김태군을 맞았다. 초구에 김태군의 방망이는 돌아갔고, 높은 파울플라이 타구는 삼성 1루수 구자욱(22)에게로 향했다. 한참을 여유있게 기다리다 포구하려던 순간 볼은 구자욱의 미트에서 빠져 그라운드로 통통 굴렀다. 잡기 쉬운 타구. 구자욱이 잡았다면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 무엇보다 김태군을 잡으면 5이닝 무실점으로 일단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팀의 에이스이자 대선배가 마운드를 지키는 데 황당한 수비실책을 한 구자욱. 이내 낯빛은 흙빛이 되어 안절부절했다. 구자욱은 지체없이 윤성환에게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윤성환은 밝은 얼굴로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후배를 안심시켰다. 이후 몇 차례의 1루견제 뒤에 김태군에게 5개의 볼을 더 던진 뒤 결국 3루수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윤성환과 구자욱은 띠동갑이다. 윤성환은 올시즌에 앞서 80억원의 초대형 FA대박을 터뜨렸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볼스피드에 나이도 30대 중반이지만 삼성 구단은 윤성환을 믿었다. 타자를 다룰 줄 아는 배짱과 수싸움, 견고한 제구력을 인정했다. 윤성환도 그 보답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 직전까지 3차례 선발등판에서 2승1패에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중이었다 18이닝을 소화해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또 평균자책점 1위로 자신의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실 실책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일이 허다하다. 마운드 위에서 상대 타자들과 맞서 혼자 싸우는 투수는 고독하다. 때로는 경기중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때도 있다. 삼성이 키우고 있는 새내기 구자욱에게 보여준 윤성환의 정다운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구조화와 더불어 허물은 덮어주고, 장점은 살려주는 팀플레이를 엿볼 수 있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5연패 도전, 또 굳건한 리그 선두 질주. 삼성이 그냥 강한 것이 아니다. 윤성환은 8회초까지 7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있다. 마산=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