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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뉴질랜드전 분석]아쉬움 가득했던 실험, 명과 암도 뚜렷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게 목표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3월 A매치 2연전에 임하는 각오였다. 6월에 시작되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대비해 실험을 예고했다. 예상보다 실험폭이 컸다.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2연전을 통해 21명(차두리 제외)을 점검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은선(수원)을 제외하고 23명의 엔트리를 최대한 활용했다. 우즈베키스탄전 베스트 11과 뉴질랜드전 베스트 11에 아홉자리나 변화를 줬다. A매치 2연전은 1승1무로 끝이 났다. 슈틸리케호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이제 2차예선까지 모든 실험은 끝났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36위 뉴질랜드를 상대한 한국(56위)은 예상과 달리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뉴질랜드전 실험은 아쉬움이 투성이었다. 실험의 명과 암도 명확했다.

▶'원톱 경쟁' 지동원 vs 이정협 결과는?

"현재까지 이정협의 활약에 만족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의 원톱 선발 출격을 예고하면서도 '군데렐라' 이정협(상주)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지동원의 투지를 끌어 올리기 위한 노림수였다. 지동원이 뉴질랜드전에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가운데 손흥민(레버쿠젠) 남태희(레퀴야) 한교원(전북)이 2선을 지켰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한국영(카타르SC)이 중원을 지켰고, 포백 라인에는 박주호(마인츠)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주영(상하이 둥야) 차두리(서울)가 섰다.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꼈다. 손흥민과 한국영은 유이하게 우즈벡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한 지동원은 이를 악물었다. 전반 초반부터 제공권 싸움에 적극 가담했고, 볼을 지키려 했다. 공격 전개시에는 2선으로 내려와 남태희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의욕은 합격점을 줄만했다. 지동원은 전방부터 압박을 가했고, 상대 수비수를 향해 강한 태클도 마다하지 않았다. 후반 16분에는 손흥민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마음이 앞섰다. 지동원이 손을 들어올려 공을 터치해 핸드볼 파울 판정을 받았다. 반면 제공권 이외에는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패스 줄기가 지동원까지 연결되지 못하면서 자주 고립됐고, 71분간 활약한 뒤 이정협과 교체됐다. 지동원보다 이정협에게 쏠린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대 성과 '기-구+이재성'

슈틸리케 감독의 전반전 실험이 실패한 원인은 2선에 있었다. 패스의 질이 떨어졌고 볼 컨트롤도 불안했다. 섀도 공격수 남태희가 '블랙홀'이었다. 남태희의 패스는 후방으로만 향했고, 볼을 잡으면 빼앗기기 일쑤였다. 패싱 플레이의 꼭짓점인 남태희가 막히면서 2선 공격은 힘을 잃었다. 손흥민은 우즈벡전보다 몸놀림이 가벼웠다. 한교원과 좌우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뉴질랜드의 측면을 괴롭혔다. 그러나 손흥민과 한교원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측면을 허물었지만, 크로스나 슈팅으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38분 페널티킥까지 실축해 아쉬움을 남겼다. 남태희를 투입한 2선의 변화는 실패에 가까웠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교원 대신 구자철(마인츠)이 투입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즈벡전에서 헤딩골을 터트리며 부활을 알린 구자철은 공을 지켜내며 연계 플레이의 든든한 중심축이 됐다. 우즈벡전에서처럼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로 슈틸리케호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구자철이 살아나자 손흥민의 드리블 돌파도 리듬을 탔다. 기성용이 포진한 중원은 여전히 든든했다. 기성용의 패싱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좌우로 뿌려주는 패스는 오차가 없었다.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우즈벡전에서 기성용이 중원에 없는 플랜 B를 실험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중원에서 어느정도 답을 찾았을 것 같다. 우즈벡전에서는 김보경이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재성(전북)은 자신의 첫 A매치 2경기를 통해 한국 축구의 미래로 성장했다. 이재성은 A매치 데뷔전이었던 우즈벡전에서 날카로운 공간 침투와 여유로운 경기 운영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어 뉴질랜드전에서는 후반 18분 손흥민과 교체 출격해 왼발 슈팅으로 A매치 데뷔골까지 터트려 '슈퍼 루키'의 탄생을 알렸다. 중원이 풍요로워졌다. '기-구 라인(기성용-구자철)'은 건재했고 뉴페이스가 새롭게 중원에 가세했다. 이번 2연전 실험의 최대 성과였다.

▶수비 불안함, 조합이 관건

우즈벡전에서 가동된 곽태휘(알 아흘리)-김기희(전북) 조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뉴질랜드전에서 가동된 김영권과 김주영의 중앙 수비 조합은 '불안함'을 더 키웠다. 전진 플레이를 펼치다 후방의 뒷공간을 수차례 내줬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뉴질랜드의 롱패스 한방에 뒷공간이 무너졌다. 김주영은 전진해 돌아오지 못했고 김영권은 늦은 볼처리로 상대에게 볼을 빼앗겼다. 다행히 뉴질랜드의 파울 판정이 나와,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취약점을 노출했다. 순간 집중력 저하로 세트피스에서 실점 위기를 초래했다. 약속된 플레이어 대인 마크를 놓쳤고, 수차례 상대의 헤딩까지 허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이 끝난 뒤 김주영 대신 곽태휘를 투입해 수비 안정을 노렸다. 차분히 뒷공간을 지키는 곽태휘가 투입되자 수비는 전반보다 안정을 되찾았다. 관건은 조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과 A매치 2연전을 통해 중앙 수비 자원을 모두 점검했다. 선수 개별 능력과 달리 조직력에서 큰 문제점을 보였다. 해답은 중앙 수비의 조합의 빠르 확정과 오랜시간 다져야 할 조직력에 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실전이다. 실험이 아닌 결과를 위한 수비 구성이 절실하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