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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웃찾사' vs 위기의 '개콘', 이젠 진검승부다!

일요일 밤, 웃음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봄 개편을 맞아 일요일 오후 8시 45분으로 이동 편성되면서 KBS2 '개그콘서트'와 맞대결이 성사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하지만 분명 해볼 만한 승부다.

2003년 첫 방송 이후 수많은 유행어와 인기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웃찾사'는 장기간 시청률 부진 끝에 2010년 10월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2011년 11월 '웃찾사'의 후신 '개그 투나잇'이 신설됐고, 2013년 4월 코너들을 개편하면서 다시 프로그램 제목을 '웃찾사'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 사이 토요일 밤 12시 10분에서 일요일 오전 10시 45분으로, 또 다시 금요일 밤 11시 25분으로, 수차례 편성이 변경되는 등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변방을 떠돌았다. '개그콘서트'와의 동시간대 맞대결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웃찾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제대로 겨뤄볼 만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선 시청률 지표가 긍정적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5%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월 30일 방송에선 6.8%까지 올랐다. 가장 최근 방송인 2월 27일에는 6.0%를 기록, 동시간대 MBC '나 혼자 산다'(9.9%)와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체감 인기는 시청률 이상이다. 다양한 코너들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안시우가 성대결절이 걸린 목소리로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요"를 반복하는 '배우고 싶어요' 코너를 중심으로, '기묘한 이야기', '서울의 달', '우리 형', '뿌리 없는 나무', '막둥이' 등 다양한 코너들이 완성도 높은 구성과 공감 어린 웃음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 SBS 연기대상에서 '배우고 싶어요' 팀이 특별 공연 도중 무대 아래로 내려가 즉석에서 유재석을 참여시킨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시청자 게시판이나 온라인 게시판에도 '참신하고 재밌다'는 시청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코미디 프로그램의 특성과는 잘 맞지 않는 금요일 심야 편성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웃찾사'는 오는 22일부터 일요일 밤 시청자들을 만난다. 강성범이 새롭게 이끄는 'LTE-A뉴스'를 비롯해 새 코너들을 보강해 전투력을 높일 계획이다.

'웃찾사'의 도전을 받게 된 '개그콘서트'는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일요일 프라임 시간대에서 오랜동안 굳건한 '원톱' 지위를 누렸지만 최근 급격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엔딩곡과 함께 일주일을 마감하던 시청자들의 인식에도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2013년만 해도 시청률 20%를 가볍게 넘겼지만, 2014년부터 차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10% 중반대로 주춤했고, 올해 들어서는 10% 초반대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방송인 지난 1일에는 11.5%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성기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 연일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아직 '웃찾사'보다는 크게 앞서 있다.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초 신설된 '부엉이' 코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에서는 '일베'에서 여성 혐오 표현으로 쓰는 '김치녀'란 단어가 등장해 비난받기도 했다. '개그콘서트'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김준호를 둘러싼 코코엔터테인먼트 폐업 논란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논란이 '개그콘서트'의 시청자들에겐 불편하게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대 코미디 프로그램의 정면 대결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개그콘서트'의 아성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코미디의 부활을 이뤄낸 SBS의 뚝심과 도전정신, 매해 새로운 개그맨을 발굴하고 스타로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KBS의 명성과 자부심. 두 프로그램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통 코미디에 새로운 전성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