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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의 용병술과 수트라이커의 힘, 반전 이끌었다

겨울이 봄을 시샘했다. 영하의 기온에 골망도 얼어붙은 듯 했다.

교체카드 한 장이 적막을 깼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3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진출에 도전하는 FC서울이 조별리그에서 첫 승을 신고하며 반등을 시작했다.

서울은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를 1대0으로 꺾었다. 1차전에서 광저우 헝다(중국)와 맞닥뜨린 서울은 원정에서 0대1로 패했다. 첫 승이 절실했고, 실현됐다. 서울은 1승1패(승점 3)를 기록했다.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

작품은 후반 19분 시작됐다. 최 감독이 승부수를 띄웠다. 에벨톤 대신 몰리나를 투입했다. 몰리나는 무릎부상으로 동계전지훈련에서 재활훈련에 중점을 뒀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그는 이날 첫 가동됐다. 첫 플레이가 프리킥 찬스였다. 몰리나는 미드필드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에서 키커로 나서 처음으로 볼을 터치했다.

골문도 덩달아 녹았다. 골이 연출됐다. 몰리나의 예리한 킥력은 여전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김민혁의 머리를 스쳐 중앙수비수 김진규의 발끝에 걸렸다. 김진규는 지체없이 오른발 강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최 감독의 용병술과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크)'의 위력이 빛을 발했다. 서울의 수트라이커는 매시즌 고비마다 번쩍이는 트레이드마크다. 결승골의 주인공 김진규는 이날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출발은 암울했다. 가시마는 전반 10분과 11분, 16분 결정적인 골기회를 잡았다. 수문장 김용대의 신들린 선방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김용대의 쇼는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후반 14분 상대의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막은 데 이어 경기 종료 직전에도 실점이나 다름없는 위기에서 몸을 날려 팀을 구해냈다. 이날의 '언성 히어로'였다.

서울은 ACL이 한이다. 2013년에는 준우승, 지난해에는 4강에서 멈췄다.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해 올 시즌 극적으로 ACL 티켓을 거머쥔 서울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조별리그에 올랐다. 운명은 가혹했다. '역대급 죽음의 조'에 포진했다. H조에 함께 묶인 광저우 헝다는 2013년, 웨스턴 시드니(호주)는 2014년 ACL 챔피언이다. 웨스턴 시드니는 원정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가시마를 3대1로 완파했다.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었다. 최 감독은 "모 아니면 도"라고 표현했다. 안방에서 승점 3점을 챙겨야 다시 진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쟁쟁한 팀들로 가득해 홈에서 패할 경우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승점 3점이 아니면 의미가 없었다. 가시마도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라고 했다.

악재도 있었다. 중원의 핵인 오스마르가 훈련 중 발목을 다쳐 결장했다. 최 감독은 이상협과 신예 김민혁을 첫 선발 출전시켰다. 김민혁은 '행운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광저우 헝다는 원정에서 웨스턴 시드니를 3대2로 꺾었다. 광저우 헝다가 2승을 기록한 가운데 서울은 웨스턴 시드니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서울이 반전 포인트를 마련했다. 가시마전이 16강 진출의 교두보다. 서울은 18일 안방에서 웨스턴 시드니와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