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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토토 지원금 축소 현실화…구단들 우려 확산

"유소년 지원 어떡하나…."

정부가 올해부터 스포츠토토 지원금(주최단체 지원금) 체계를 전면 개편키로 함에 따라 프로스포츠계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6일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프로스포츠 단체와 구단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스포츠토토 지원금 개편 방안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의 요지는 올해부터 국내경기 수익금은 종목별 프로스포츠 활성화에 지원하고 해외경기 수익금은 유소년·아마스포츠, 스포츠토토 비발행 종목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개편안을 도입하는 2015년 첫해에는 국내경기 수익금을 기존 방식대로 구단별로 균등 배분하고, 내년부터 시즌 성적이 아닌 경영 투명성·마케팅·수익 성과 등에 따라 평가를 매겨 차등 지급키로 했다.

문체부 계획대로라면 그동안 해외경기 수익금까지 지원받았던 각 종목 주최단체에 떨어지는 지원금이 대폭 축소된다. 그러자 일선 구단들의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우선 프로 축구계의 타격이 크다. 스포츠토토가 축구로 벌어들이는 금액 가운데 국내 발매분은 15% 가량인 반면 해외 발매분은 85%나 되는 등 해외 발매분 의존도가 다른 종목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축구는 그동안 스포츠토토 지원금으로 연간 400억원 가량을 받아 지도자 연구비 30%를 제외하고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유소년 육성사업에 절반씩 나눠 사용했다. 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지원금은 반토막나는 게 불가피하다.

한 해 예산 200억여원 가운데 3분의1(70억여원)을 스포츠토토 지원금으로 충당했던 한국농구연맹(KBL)도 지원금이 4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L의 경우 그동안 70억여원의 지원금을 가지고 KBL이 통합 수주하는 경기장 음향설비, 관리인력비를 제외한 금액을 10개 구단에 프로경기 운영비, 유소년클럽 지원비 등으로 사용해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축구, 프로농구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스포츠토토 지원금이 대폭 축소되면서 구단들이 꿈나무 육성,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위해 실시해오던 유소년 클럽 운영에 당장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구단들은 배분되는 스포츠토토 지원금을 가지고 사업 우선순위를 정해 집행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프로시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버리기 힘든 까닭에 유소년 클럽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프로단체들이 아마추어 청소년대표팀의 합숙훈련 등에 지원하던 일도 중단해야 한다. 정부가 해외경기 수익금을 아마스포츠 지원금으로 지원하면서 중복 지원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농구, 야구 등 프로종목 산하 청소년 대표팀 입장에서는 프로단체의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다른 아마종목과 나눠쓰기 때문에 '파이'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프로단체 관계자는 "한국 프로스포츠 현실상 흑자를 거두는 구단은 없다. 요즘같은 경제 저성장 기조에서 모기업으로부터 구단 운영비를 더 달라고 손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스포츠토토 지원금이 줄어들면 꿈나무 지원사업 등 애꿎은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렇게 되면 프로구단들의 사회체육 저변확대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여기에 과연 어떤 기준으로 구단들을 평가할 것인지 등 정부의 행보에 대한 불만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프로단체 추천 인사와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을 가동한다고 하지만 평가 결과의 객관성과 수용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구단들이 많다. 26일 설명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구단 평가 시뮬레이션, 지원금 축소에 따른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검증 기간이나 구체적인 공청회도 없이 방침을 정해놓고 설명회 형식으로 사실상 통보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정부가 실적 보이기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문체부는 이번 주까지 구단별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이미 정부 주도로 정해놓은 방침 안에서 의견을 듣는 게 요식행위에 그칠 우려가 크지 않은가. 현장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결국 스포츠토토 지원금 개편안이 본격화되면서 구단들의 혼선과 논란도 한동안 가중될 전망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