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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체육회 법안 상임위 통과,체육회 괜찮으세요

#. 2014년 10월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통합체육회 설립,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가 주된 내용이었다. 법안 제안 이유에는 기존의 대한체육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독립적 위상이 결여되어 스포츠 외교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KOC를 대한체육회와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분리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선진국형 체육시스템을 확립함으로써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활성화 및 스포츠 외교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씌었다.

#. 2014년 11월 6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은 김 종 문화체육부 제2차관,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당시 국생체 회장),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회동했다.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의 통합의 근본 취지에 동의했다. 김 회장은 "한국 체육, 하나로 가자"는 뜻에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양 단체 통합은 2017년 2월 이전으로 한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양 단체 통합), 국민생활체육진흥법(국민생활체육회 법정법인화) 제정은 2014년 정기국회 회기내에 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KOC와 대한체육회의 분리는 19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2015년 2월 23일

새해 국회 법안 심의 소위원회에 올라온 법안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안 의원, 문체부, 국생체와 11월 합의한 내용과 달랐다. 이미 10월 법안 제출 단계부터 KOC 분리는 기정 사실이었다. 당연히 두 단체의 통합뿐 아니라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까지 포함됐다. 체육회는 뒤늦게 발칵 뒤집혔다. 23일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장은 분노에 휩싸였다. 올림픽과 스포츠 외교, 국제대회 출전을 관할하는 KOC 없는 대한체육회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공감대다. 대의원 총회, 이사회를 통과한 '통합 찬성'을 철회하는 배수진을 쳤다. 만장일치로 KOC 분리 반대 결의문을 긴급 채택해, 국회를 압박했다.

#. 2015년 2월 24일

법안 통과가 절실한 안 의원측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수정안을 급히 마련했다. 수정안에는 'KOC 분리에 대해 체육회의 반대가 있고, 정부와 체육회, 국생체의 협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해 KOC 분리 관련 조항은 삭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KOC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부대 의견이 첨부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두 단체를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우여곡절끝에 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친 후 본회의 통과 수순만을 남겨뒀다. 'KOC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다분히 정치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통합체육회 법안은 통과됐다. 그러나 불씨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KOC 분리'라는 가장 뜨거운 쟁점이 여전히 살아 있다.

체육회의 입장은 국생체와의 통합에는 동의하지만, KOC와의 분리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KOC의 동의 없이 대한체육회에서 KOC를 분리시키는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국가대표 육성 주체와 국제대회 파견 주체의 이원화로 인한 부작용과 주도권 다툼 등 갈등을 우려했다.

분리에 반대하는 건 밥그릇을 뺏기게 생긴 체육회뿐이다. 국생체의 입장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KOC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의 입장은 KOC를 분리함으로써,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하고, KOC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육회가 제기하는 이원화로 인한 갈등에 대해선, 선수 육성과 대표선발 주체는 경기단체이고, 파견은 KOC 고유 업무이니 현재와 달라질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대다수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이번 통합 법안에서 체육회가 가장 수세에 몰렸다고 보고 있다. 양단체의 1대1 대등한 통합은 쉽지 않다. 통합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해 정식으로 공포된다면 'KOC 분리'는 당연히 이어질 수순이자 대세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생체와의 통합에는 동의하지만, KOC와의 분리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체육회의 주장은 체육회의 입장일 뿐, 문체부, 국생체의 입장과는 다르다.

지난해 10월 안민석 의원의 법안 발의때부터 통합체육회와 KOC 분리의 명제는 나란히 적시됐다. 현행 대한체육회의 스포츠 외교력 부재를 이유 삼았다. 이에 대해 김정행 회장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외교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객관성이 없다. 나는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OCA, IOC와도 스포츠 외교가 잘 되고 있다. 객관성 없이 이야기하면 곤란하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통합체육회 법안은 태동부터 KOC 분리를 전제한 만큼, 관계자들은 "두 단체의 통합에 찬성하면서, KOC와 대한체육회를 분리할 수 없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통합체육회에서 KOC의 기능이 분리되지 않을 경우, 체육회 상위기관인 문체부는 부담스럽다. 심지어 24일 수정 이전의 법안에는 '설립 당시 통합체육회장은 준비위원중에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다'는 부칙 조문까지 있었다. 이 조문은 수정안에서 '설립 당시의 통합체육회장은 정관에 대해 문체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후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출하되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로 순화됐지만, 결국 KOC 회장을 뽑거나 임명하는 데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정치와 스포츠를 엄밀히 분리하는 IOC헌장에 위배된다. IOC 산하 단체인 KOC를 쥐락펴락할 경우, 정부 개입에 대한 IOC의 제재 위험성이 상존한다. 문체부는 통합체육회에서 KOC는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정안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이 법안의 시행 시기다. 김정행 회장은 2013년 2월 22일 제38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2017년 2월 말까지다. 당초 '2017년 2월1일부터 시행된다'는 문구는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로 수정됐다. 김 회장의 임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역사에 대한 책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김 회장 역시 이 부분은 깊이 인지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해서 그것이 통과되면 영구히 고착된다. 체육회와 KOC가 영원히 2개로 가게 된다. 내가 회장이라고 내멋대로 해서는 안된다. 대의원들이 있고 원로들이 있다"고 했다.

전문체육의 위기, 대한체육회의 위기속에 엘리트 체육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미 통합체육회 논의는 7부 능선을 넘었다. 마지막 본회의만을 남겨놓고 있다.

오랜 역사와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활속에 문화로 정착된 서구사회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조화를, 이렇게 단시간내에 체육단체간 소통과 국민적 의견 수렴도 없이, 회기내에 법으로 뚝딱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와 각자의 속내는 무엇일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