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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축구 결승]차두리의 국가대표 시계는 멈췄다

시작은 '차범근 아들'이었지만 끝은 '축구선수 차두리'였다.

차두리의 태극전사 14년 여정이 막을 내렸다. 차두리는 31일(한국시각) 시드니의 호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연장전까지 120분을 뛰었다. 호주전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마지막 경기였다. 75번째 A매치는 아쉬움이었다. 연장전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패배의 눈물을 흘렸다.

차두리의 축구인생은 세상과의 싸움이었다. '축구선수 차두리'이기 이전에 '차범근 아들'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시작으로 빌레펠트,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코블렌츠, 프라이부르크, 셀틱, 뒤셀도르프 등 굴곡 많은 여정을 걸었다.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 본능을 지우고 수비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4차례 월드컵에선 환희와 좌절이 엇갈렸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늘 갈증이 있었다. 아버지 차범근을 뛰어 넘어 '축구선수 차두리'로 기억되길 원했다. 2013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썼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아시아 정벌을 위해 차두리로 화룡점정 했다. 현역과 은퇴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던 차두리도 배수의 진을 쳤다. "아시안컵은 내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대회다." 차두리는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호주의 공세를 막아냈다. "두리 형 대표팀 은퇴 선물로 우승 트로피를 주겠다"던 후배들도 투혼을 불살랐다. 하지만 마지막 힘이 부족했다.

이날 호주스타디움엔 어머니 오은미씨가 아들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오 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4년 만에 아들이 뛰는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이라크와의 4강전부터 차 감독과 함께 관중석을 지킨 오씨는 아들의 마지막 A매치를 기념하기 위해 호주스타디움을 찾았다.

한국 축구는 호주전을 끝으로 또 하나의 별을 떠나보냈다. 그러나 그 별은 어느 때보다 찬란한 빛났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