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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에게 '피노키오'는 '좋은' 작품이었다

배우들은 강박관념이 있다. 차기작은 '좋은' 작품을 골라야 한다는…. 헌데 그 '좋은' 작품이란 말이 참 뜬구름 잡기다. '좋은'이란 수식어가 흥행을 뜻하는건지, 수상 가능성을 뜻하는건지, 아니면 예술적 가치를 의미하는 건지 특정하기 힘들다.시청률 50%가 넘는 막장 드라마를 찍은 뒤 묘한 갈증이 있을 수도 있고, 청룡영화상을 수상했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작품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배우 자신을 포함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좋은' 작품이란 사실상 없는지도 모른다. 그저 나에게 '좋은' 작품이란 주관적 판단이 있을 뿐….

그렇다면 이종석에게 '피노키오'는 어떤 의미였을까.

"'피노키오'를 찍으면서 힐링한 것 같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이유가 제일 크다. 박혜련 작가와 조수원 감독에 대한 믿음도 크다. 스태프들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때 했던 분들이 상당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SBS '닥터 이방인'이 끝나고, 슬럼프가 올 때 즈음 만난 작품이다."

거기에는 쉬지않고 달려 온 배경도 있을 듯했다. 이종석은 '학교 2013'에서 주연을 맡은 이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2013))', '닥터 이방인(2014)', '피노키오(2014)', 영화 '관상(2013)', '노브레싱(2013)','피 끓는 청춘(2014)' 등 2년에 걸쳐 무려 7작품에 걸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정신 없이 달렸다. 대부분 주연작임을 감안하면 이 많은 작품을 실제 소화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닥터 이방인'이 끝난 뒤 몸과 마음 모두 한계를 느꼈다. 잘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더라.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책임감도 부담감도 컸다."

함께 성장중인 20대 또래 배우들의 연기. 틈나는대로 찾아본다. "내가 쓰지 못하는 감정을 (그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눈여겨 본다. '별에서 온 그대'도 잘 봤고, '피노키오'를 촬영하고 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주원이 나오는 '내일도 칸타빌레'도 챙겨 봤다."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우빈도 빼놓지 않았다. "김우빈에게는 아주 강한 남자의 느낌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을 것 같은 그런 모습이 있다. 뭐라고 설명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김우빈과 연기하면 상대 배우를 잡아먹을 정도로 상대를 압도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큰 장점이다."

▶"'피노키오' 4인방 촬영만 하면 웃음 NG"

스스로도 욕심이 많다는 배우 이종석에게 '피노키오'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너목들'로 호흡을 맞췄던 조수원 감독과 박혜련 작가, 배우 이종석의 만남이 자칫 재탕이라는 오명을 남길 수 있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초반에 그런 우려가 있었다. 장르도 다르지만, 제작진과 배우가 같으니 비슷하게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전작과는 확연히 다르게 가길 바랐다. '너목들' 수하에서 곧바로 '닥터 이방인' 박훈으로 갈 때는 말투를 좀 다르게 했었는데, 감독님이 '피노키오'에서는 보다 깔끔하게 대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기자 역할을 위해 실제 뉴스 원고도 많이 읽었다. "리포팅이 가짜로 보이는 게 싫었다. 한 톤 올려서 발음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더라. (기자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 한 거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보니 빡센 것 같더라.하하."

극 중 함께 수습 시절을 보냈던 4인방 이야기를 꺼냈다. "넷만 모이면 NG가 났다. 너무 재미 있었다. 넷이서 단체 카톡방도 하고 있는데, 촬영이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건대 입구에서 꽤 먼 거리를 함께 걸어다니면서 떡볶이도 먹고 그랬다. 너무 좋은 기억이었다."

함께 출연했던 두 여배우에 대해 이야기를 부탁했다. "4인방 중에 이유비만 처음 만났다. 이유비는 웃긴 아이다. 산만한 면이 있어서 상대역으로 연기할 때 가끔 방해가 될 때도 있지만 본인 분량은 잘한다. 박신혜랑 작업하면서 똑똑한 여배우랑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가 됐다. 11회와 12회 찍고나서 에너지가 소진돼 마치 드라마가 끝난 느낌이 들었는데, 종영할 때까지 (박)신혜한테 의지하면서 찍었던 것 같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마칠 때 즈음 이종석과 '피노키오'란 작품이 준 의미를 되새겨 봤다. 주연배우로서, 책임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갔던 이종석에게 필요했던 건 어쩌면 '쉼표'가 아니었을까. 그 '쉼표' 속에 부담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의 동반 걸음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가 '피노키오'를 통해 받은 선물의 의미를 잘 새겼으면 좋겠다. 그렇게 '피노키오'는 이종석에게 '좋은 작품'으로 남았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