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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방송결산] 드라마 작가, 박지은 김순옥 노희경 '건재', 정현민 '샛별'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은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며 선전했다. MBC '왔다, 장보리' 역시 지상파 드라마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시청률 35%(AGB닐슨 기준)로 종영하며 '국민 드라마'로 불렸다. 현재 방송 중인 KBS '가족끼리 왜 이래' 역시 3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한류스타나 화려한 볼거리로 이목을 사로잡는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아님에도 불구,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스토리의 힘이다.

한 드라마 고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배우 캐스팅보다 중요한 게 작가다. 스타 작가들의 회당 집필료는 이미 B급 배우들의 출연료는 넘었다. 현재 스타 작가들의 집필료는 회당 5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지만 곧 1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작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올해 가장 이슈를 모았던 4명의 작가를 꼽아봤다.

▶ '괜찮아, 노희경이야'

국내 드라마에서 노희경 작가의 입지는 확고하다. '거짓말(1998)', '화려한 시절(2001)', '꽃보다 아름다워(2004)', '굿바이 솔로(2006)', '그들이 사는 세상(2008)',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등 90년대 데뷔해 여전히 건재한 작가다. 무게감 있는 내용 전개에 디테일한 심리 묘사, 배우라면 누구나 노희경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한다. 그만큼 노희경 드라마는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그동안 대중적이기보다 예술적, 마니아적인 면에 치우쳤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노 작가는 기존의 작품 세계에 유머와 대중성을 덧칠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 트라우마로 정신병에 앓고 있는 소설가 재열(조인성)을 주인공으로 이 정도의 묵직한 감동을 던질 수 있는 작가는 노희경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별에서 온 박지은'

올 초 누가뭐래도 최고의 '대박' 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였다. 캐릭터의 승리였다. 톱스타 전지현이 무려 14년 만에 드라마로 컴백하며 천송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전지현과 김수현은 국내는 물론 중화권을 아우르는 톱스타로 우뚝 섰다. '내조의 여왕(2009)', '역전의 여왕(2010)',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을 통해 쌓아온 박 작가의 내공이 '별에서 온 그대'에서 한꺼번에 폭발했다. 미니시리즈로서는 독보적인 기록을 남긴 작품. 하지만 '설희' 작가와 표절 논란이 법정까지 이어지고, 결말 역시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와 흡사하다는 부정적인 평이 이어지며 작가로서는 흠을 입게 됐다. 또 '내조의 여왕'부터 이어 온 여성 캐릭터의 자기 복제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 '왔다, 김순옥'

김순옥 작가는 2008년 '아내의 유혹'으로 시청률 제조기라는 수식어와 함께 '막장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천사의 유혹(2009)', '웃어요, 엄마(2010)', '다섯 손가락(2012)'을 통해 악녀 드라마의 내공을 쌓아왔다. 그의 드라마 특징은 빠른 미드식 전개와 악녀, 권선징악으로 요약된다. 드라마가 종영되기 10분 전, 상황을 반전시키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연속극이라기보다 에피소드 형 드라마에 가깝다. 이같은 전개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지만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창조는 독보적이다. 전 국민을 화나게 만들었던 연민정(이유리) 캐릭터는 김순옥 작가이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정도전은 정현민'

혜성처럼 등장한 정현민 작가는 올해 정치사극 '정도전'을 통해 제 41회 한국방송대상 작가상과 제 7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작가상 등을 휩쓸었다. '기황후', '비밀의 문', '야경꾼일지', '조선총잡이' 등 퓨전사극이 득세하는 상황 속에서 '정도전'은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렸다. 또 브라운관에서 멀어졌던 남성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 모은 공도 크다. 국회 보좌관 출신 정 작가의 예리한 묘사와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너지를 발휘했다. 정 작가는 익히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을 등장 인물들의 입장을 반영한 생생한 캐릭터로 재창조했다. 그 결과 정도전(조재현) 뿐 아니라, 이인임(박영규), 이성계(유동근) 등 개성넘치는 캐릭터 열전을 대결 구도 속에 박진감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