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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청룡과 대종, 어떻게 달랐나...흥행성-작품성 두마리 토끼 잡기

'제35회 청룡영화상'(이하 청룡)이 지난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성대하게 개최된 후 수상 결과를 놓고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예상치 못한 '대이변'이라는 분석과 '줄 사람에게 줬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정성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대종상 영화제'(이하 대종)는 예년처럼 흥행성에 좀 더 주목했다. '명량'에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최민식)을 비롯해 4관왕을 안겨줬다. 또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은 860만 관객을 모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손예진과 유해진이 받았다. 신인여우상은 파격적인 연기로 화제를 모은 '인간중독'의 임지연이, 신인감독상은 1100만 관객을 모은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받게 됐다.

하지만 '청룡'은 신인감독상부터 다양성 영화인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에게 안겨 흥행성 못지 않게 작품성을 고려한 시상임을 알렸다. 이후에도 주요 부문에서 겹치는 시상은 여우조연상의 김영애(변호인)와 신인남우상의 박유천(해무), 단 두 부문 뿐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부문에서 '청룡'은 '대종'과 다른 선택을 했다.

압권은 여우주연상이었다. '한공주'라는 3억이 안되는 제작비로 만들어진, 관객도 22만여명을 모으는데 그친 영화의 천우희가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배우가 된 전도연과 경쟁해 얻어낸 상이다. 천우희 본인도 흐르는 감동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상소감을 하며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라고 말했다.

'변호인'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도 이변이라는 시각이 있다. '대종'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명량'이라는 강력한 경쟁작도 있다. 하지만 '청룡'은 결국 '변호인'을 택했다. "최우수 작품상은 모든 부분에서 우위가 인정되는 작품이 수상작이 돼야 한다"고 말한 심사위원들은 '변호인'에 대해 "우리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다" "전체적인 후보들을 봤을 때 완성도가 가장 높다" "휴머니즘과 상식을 내세워 공감을 만들어냈다"라는 의견을 냈다. 그리고 '명량'을 선택한 네티즌을 제외하고는 8명의 심사위원들이 모두 '변호인'을 택했다. 역시 흥행성과 함께 작품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일각에서는 '한공주' 천우희와 이수진 감독의 수상에 대해 다양성 영화에 대한 안배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청룡'의 선택은 안배가 아니라 철저히 대중성과 작품성 연기력에 의한 전문가들의 심사로 이뤄진다. 아무도 보지 않은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은 대중성의 측면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작품에 대해서는 작품성과 연기력이라는 잣대를 대는 것이 '청룡'의 심사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택한다는 의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